中企, 기계 맡기고 돈 빌릴수 있다

  • 동아일보

17개 은행 ‘동산 담보대출’ 금융당국 압박에 시작했지만 “부도나면 현금화 힘든데…”

중소기업이 기계와 원자재 같은 동산(動産)을 담보로 맡기고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17개 은행이 ‘동산 담보대출’을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그러나 은행들은 대출받은 업체가 부도를 냈을 때 동산을 현금화해 회수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동산 담보대출이란 기업이 보유한 제품 재고나 생산설비, 원자재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품을 말한다. 그동안 기업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혹은 신용대출을 주로 받았기 때문에 전체 기업대출에서 동산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0.01%인 759억 원에 그쳤다.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동산은 △기계 등 유형자산과 △원자재, 재고상품의 재고자산 △소, 쌀, 냉동생선 등 농축수산물 △매출채권이다. 농협과 수협, 광주은행은 4개 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을 내놓고 나머지 은행은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3개 동산만 담보로 받는다. 중소기업이 제공한 동산의 담보가치를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하면 감정가의 최대 80%까지 대출한도가 설정되며 담보인정비율(LTV)은 40%로 정해졌다. 금감원은 올해 말까지 동산 담보대출액을 현재보다 2.6배로 늘어난 2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동산 담보대출은 6월부터 동산도 법원에서 담보등기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상품 시판이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중소기업의 자금 통로를 넓혀 준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지만 공신력 있는 평가시스템이 아직 없고 국내 기업문화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미국처럼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또 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도 3년 이상 업력을 갖췄고 신용등급도 평균보다 1등급 정도 높아야 해 다소 까다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동산 담보대출이 신용대출을 위한 보조수단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용등급이 은행이 대출해주는 수준보다 약간 낮고 마땅한 부동산 담보도 없는 중소기업들이 높은 대출 문턱을 넘기 위해 동산 담보대출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중소기업들의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인 고금리를 동산 담보대출을 통해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감원조차 동산 담보대출 금리가 신용대출에 비해 평균 0.8%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신용대출 금리가 연 6∼7%인 점을 감안하면 동산 담보대출 금리는 기껏해야 연 6% 안팎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중소기업#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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