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일수록… 직원을 감동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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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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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이색 ‘사원 氣살리기’

박경홍 이마트 과장은 요즘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이마트 가족농장을 찾는다. 회사에서 분양해 준 16.5m²(5평) 남짓한 텃밭에는 박 과장 식구 3명이 일주일 먹고 남을 만한 상추, 치커리, 가지, 고추,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농장 안에는 오두막과 간단한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춰져 텃밭에서 딴 야채로 가족들끼리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전국 곳곳에 점포를 운영하는 이마트는 이런 가족농장을 경기 고양시 일산, 남양주, 대구, 부산, 광주 등 9개 지역에 1만578m²(3200평) 규모로 마련해 원하는 임직원들에게 분양해주고 있다. 지난해 7곳이던 가족농장을 올해는 두 곳 더 늘렸다.

이 회사는 요즘 직원들 기를 살리는 데 한창이다. 대형마트 주말영업 규제로 예년 같지 않은 실적에 골머리를 썩는 직원들을 위해서다. 지난달부터는 전사적으로 직원들 기를 살리기 위해 점포별끼리 맞붙는 체육대회도 열었다. 200여 개에 달하는 사내(社內) 동호회 지원금도 지난해 4억5000여만 원에서 올해는 10억 원으로 늘렸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장기화되는 불황 능선을 넘기 위해 내부 고객인 직원들 마음을 다잡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리해고나 임금동결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올해 창립 71주년을 맞은 한국타이어는 지난달부터 3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타이어 헝가리 공장과 동유럽 지역을 둘러보는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30년 넘게 남편의 외조를 맡았던 아내들도 연수에 ‘초대’했다. 기존에도 15년, 20년 근속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는 있었지만 30년 이상 장기 근속자들에 대한 해외연수는 올해 처음 만들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회사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선배’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메시지를 내부 조직원들에게 주기 위해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최근 서울 중구 수하동 사옥 페럼타워 3층에 마련된 공연장에 임직원들만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두 차례 열었다. 철강회사 특유의 조직문화 때문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뮤지컬 공연에 직원들도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신사옥 입주 2년의 의미도 살리고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철강업계 불황으로 떨어진 임직원들 사기를 살리기 위해서 마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취임 25주년을 맞아 진행한 ‘회장님과의 점심’도 직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됐다. 올해 삼성그룹은 1994년을 마지막으로 열지 않았던 그룹 차원의 체육대회를 18년 만에 부활시키기도 했다.

최현진 포스코경영연구소 경영컨설팅센터 연구위원은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동결처럼 비용을 절감하는 인사전략은 오히려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약화시켜 인재 유출을 초래한다”며 “요즘은 불황 이후 경기 상승기를 대비해 직원들의 사기를 살리고 동기를 주는 방안을 모색하며 불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한국타이어#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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