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학생 취업 눈높이 낮춰… 입사선호 이젠 中企>대기업

  • 동아일보

대기업 취직 갈수록 별따기… 14년 만에 희망기업 달라져

일본의 오랜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일본 대학생들의 취업 눈높이를 낮췄다. 일본은 대졸 취업자가 대기업 입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지만 대기업 취직이 갈수록 힘들어지자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입사 선호기업 조사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앞섰다. 14년 만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취업정보회사 리쿠르트가 내년 2월 대학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취업 희망기업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학생이 22만1700만 명으로 대기업(21만2800명)보다 많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취업선호도가 뒤집힌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로 취업난이 극심했던 1999년 이래 14년 만이다. 특히 종업원 수가 5000명 이상인 초(超)대기업 입사 희망자는 지난해 조사 때보다 15.2% 감소했다. 반면 종업원 300∼999명의 중소기업 희망자는 2.9% 증가했다.

일본의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선호하게 된 것은 선배들의 극심한 취업난을 목격하면서 현실지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일본도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인건비를 삭감하는 기업이 늘어나 비정규직 채용이 급증했다. 취업자 3명 중 1명이 아르바이트나 파견근로자와 같은 불안정한 고용상태다. 모두가 선망하는 ‘버젓한 대기업’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일본의 중소중견기업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려왔다. 노동력의 수요공급 상황을 보여주는 구인배율을 보면 중소기업은 1.79배, 대기업은 0.73배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구인배율은 일자리 수를 취업희망자 수로 나눈 수치로 1을 넘으면 일자리는 넘쳐나도 취업희망자가 적다는 의미다. 일찌감치 눈높이를 낮춰 알짜 중소중견기업 취직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젊은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학생들이 취업 눈높이를 낮추는 데는 대학들의 노력도 한몫했다. 대학 취업지원센터는 학생들에게 작지만 강한 기업을 평가하는 안목이나 기업의 감춰진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교육을 꾸준히 해왔다. 대학들은 일반인들에게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업종이나 알짜 중소기업을 자주 알리면서 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심정적 거리감을 좁히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도 각 지역의 우량 중소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대학에 배포하는 등 취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일본청년구직자#중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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