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원로그룹, 이구택 前이사장 고발하려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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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銀에 500억 투자손실 문책… 박태준 前회장도 동의”

포스코 퇴직임원 모임인 ‘중우회’가 지난해 초 이구택 당시 포스텍 이사장을 형사고발하려 했던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포스텍이 부산저축은행에 500억 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린 것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도 이에 동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최종 책임자인) 이 전 이사장이 포스텍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부산저축은행과 운용사인 KTB자산운용에 이익을 줬기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봤다”며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고발 조치는 물론이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검토했지만 이 전 이사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일단 보류됐다”고 말했다.

고발장에는 △투자와 관련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고 그 후 이사회에도 계속 보고를 하지 않는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상속세 및 증여세법 48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의 경우 의결권 있는 주식 5% 이상의 매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50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이를 위반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중우회원들과 창립 원로들은 로펌을 통해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했으며 이를 보고 받은 박 전 명예회장도 포스텍의 투자 손실 소식에 크게 화를 내며 고발장에 직접 사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 포스텍 실무진도 “투자 부적절” 의견 ▼

포스코의 다른 관계자도 “이 전 이사장이 임기 종료(2013년 5월)를 2년 이상 앞두고 지난해 3월 포스텍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데에는 포스코 중우회와 박 전 명예회장의 고발 움직임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형사 시효가 남아 있기 때문에 추이에 따라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고발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포스텍이 2010년 6월 부산저축은행에 500억 원을 투자하기 전 실무진은 위험성을 이유로 투자 부적절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 교육재단도 그해 5월 부산저축은행 투자 적정성을 검토한 뒤 투자 부적절 의견을 임원진에게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포스코 교육재단의 ‘투자 적정성 검토 자료’에 따르면 실무진은 부산저축은행 투자에 대해 “발행회사의 신용등급이 무보증후순위채는 ‘BB’, 기업어음은 ‘A3’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등 재무적 안정성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검토 자료는 “상품의 제시 수익률은 연간 12%로 저금리 기조하에서 매력적이나 최근 (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전반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침체 지속에 따라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중심의 여신운용으로 인해 부실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때 포스코 교육재단은 장인환 당시 KTB자산운용사 대표와 친분이 깊은 포스코 김모 감사를 통해 투자 제안을 받은 뒤 포스텍 법인기금 실무진과 상의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 “포스텍 실무진도 비슷한 이유로 임원진에 투자 부적절 의견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스텍은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 좋은 상품이라는 확신이 들어 투자했다”고 설명해 왔지만 실제로는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500억 원 투자 미스터리’의 궁금증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채널A 영상] “투자 부적절” 보고에도 부산저축銀 투자…왜?

당시 부산저축은행 투자를 결정한 김두철 전 포스텍 법인 본부장(전무)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신용등급이 BB등급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투자를 제안한 KTB 장 대표를 믿었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당시 이사장의 지시를 받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본보(14일자 A1면) 보도에 대해서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 보고를 하기는 했지만 사전에 투자 지시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 “(내가) 지인들에게 이 전 이사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포스코#이구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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