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섬본드… 닌자론… 캥거루본드… 우리다시본드… 외화차입 통로 다양화-장기화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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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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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차입의 질이 달라졌다.”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화채권 발행 등에 적극 나서면서 조달 통화가 다양해지고 차입 기간도 길어지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달러채권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자금 조달 위험이 분산되고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은행은 7일 시중은행 최초로 6억2500만 위안(약 1100억 원)의 1년 만기 딤섬본드(외국 기업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를 발행했다. 신한은행보다 신용등급이 좋은 싱가포르 DBS은행은 같은 조건의 딤섬본드를 올 1월 2.8%에 발행했지만 신한은행의 발행금리는 이보다 0.3%포인트 낮은 2.5%로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를 봤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3일 국내 최초로 미즈호, 미나토, 쓰쿠바은행 등 일본 6개 금융회사와 210억 엔(약 2961억 원) 규모의 ‘닌자론’ 계약을 했다. 닌자론은 여러 금융회사가 같은 조건으로 대규모 금액을 빌려주는 중장기 대출인 ‘신디케이티드 론’의 한 형태로 이번에는 비슷한 금액의 사무라이본드 발행 때보다 자금조달금리가 0.3%포인트가량 낮았다.

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는 올해 초 외국 기업이 호주에서 발행하는 호주달러 채권인 ‘캥거루본드’를 글로벌 금융위기 후 4년 만에 처음으로 발행했다. 비슷한 시기에 산업은행도 외국 기업이 일본 개인투자자들에게 소액으로 판매하는 외화채권인 ‘우리다시본드’ 1억5000만 달러(약 168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우리다시본드는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최우량 회사만 발행할 수 있는 채권으로 지난해 말 수출입은행이 국내 최초로 발행했고 이번에 산업은행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하나은행은 태국 밧본드, 우리은행은 말레이시아 링깃본드 및 밧본드를 발행하는 등 2005년까지 달러에만 의존하던 은행권의 외화채권 발행 통화가 훨씬 다양해졌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주택금융공사와 함께 올 상반기에 10억 달러의 ‘커버드본드(CB)’를 발행할 계획이다. 커버드본드는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담보 자산에 대한 우선 변제권을 보장받는다는 안정성 때문에 금융위기 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2월 말까지 은행권은 78억 달러의 외화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1년간 전체 은행권이 발행한 외화채권 190억 달러의 41%에 해당하는 규모로 상반기 은행권 외화채권의 만기도래액 85억 달러에 맞먹는다. 은행권이 상반기에 필요한 외화 자금을 이미 다 조달했다는 뜻이다. 이수정 SK증권 애널리스트는 “78억 달러 중 5년 만기 이상의 장기 채권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며 “최근 대외채무 증가에도 불구하고 단기외채가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외화자금 조달의 다양화, 장기화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장들은 연초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에서 “앞으로도 외화차입처를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일본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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