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첫 달 증시 예상외의 선전… 코스피 2000이냐 이대로 STOP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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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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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때문에 목돈이 필요한 이모 씨(33). 지난해 사둔 주식을 팔아 현금화해야 하는데 매도 타이밍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고심을 거듭해왔다. 수익률이 마이너스여서 손절매는 불가피했다. 게다가 증권사에서도 너도나도 올해 증시를 ‘상저하고’로 전망하기에 코스피가 1,900을 넘자 바로 주식을 팔고 정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때부터 증시는 오히려 날개를 달았다. 2,000 선까지 넘보는 코스피 때문에 이 씨는 요즘 속이 쓰리다.

‘상저하고’ 일색이던 올해 증시 전망이 무색하게 연초부터 랠리가 펼쳐지자 개미들은 골치가 아프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을 지켜보며 개인투자자들도 앞으로의 방향 설정을 두고 고민이다.》
○ ‘상저하고’ 전망, 왜 빗나갔나?

지난해 말부터 증권가에서는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 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유로존 위기 등 대외변수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되 전체적으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특히 1분기(1∼3월)에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채 만기도래 금액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었다. 반대로 ‘상고하저’를 전망한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정도였다.

그러나 돌아온 외국인에 증시 분위기가 급변했다. 외국인은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며 증시에 상승 탄력을 불어넣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 증시에서 6조2136억 원을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으로 기존 순매수 최고치는 2010년 4월의 5조5000억 원이었다. 과거 월간 기준으로 5조 원 이상을 순매수한 사례는 3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최근 외국인 매수세는 강하다.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경기 상황 역시 당초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도 증시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미국은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50 선을 웃돌면서 현재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의 1월 제조업 구매자관리(PMI) 지수 역시 시장의 예상을 깨고 50 선을 넘어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중국 제조업 PMI지수는 2개월 연속 50 선을 상회했다.

ISM 지수는 50을 넘으면 제조업 경기 확장을 의미하고 50에 미달하면 위축을 뜻한다. PMI 지수 역시 상승은 경기 안정을 의미하며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뜻한다.

○ 2,000 넘는다 vs 이제 ‘브레이크’ 엇갈려

그렇다면 외국인 매수세가 얼마나 이어질 것이며 향후 증시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아직까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낙관론자들은 외국인들의 매수세 지속을 기대하고 있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및 보유에 대해 아직 과열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되며 유럽 자금의 단기 이탈 가능성 역시 낮아 보인다”며 “수급 측면에서 우호적인 환경 변화를 기대할 때 지수의 점진적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도 지수 흐름이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인지 동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쉽게 하락하지 않고 상승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특히 단기 조정이 나타나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의 주가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월 코스피 전망치로 1,840∼2,020을 제시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 주가가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유동성의 힘이 2,000 전후까지 반등을 이끌 수 있지만 펀더멘털 개선이 더딘 상황에서 추세적 상승을 자신할 시기는 아니다”라며 “위험 완화 이후 성장에 대한 신뢰 없이 안도랠리에서 추세적 상승으로 넘어간 사례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매수세가 한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강한 외국인 매수세 유입 이후 주가 상승 탄력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재정위기 불씨가 살아있는 가운데 기업 실적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기업들의 실적 역시 대체로 부진할 것으로 보여 박스권의 오르락내리락 ‘시소게임’이 결국 주가 조정으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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