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안맞는 中企제품 광고 빼라” 화장품 대기업의 몽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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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샤측 “LG생활건강이 영업방해”… 항의 공문

S패션잡지 1월호에는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오휘’ 광고(왼쪽 페이지)가 2개 면에 실렸고 다음 2개 면에 미샤의 광고(오른쪽)가 실렸다. 그러나 이 잡지 2월호에서는 미샤의 광고가 사라졌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S패션잡지 1월호에는 LG생활건강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 ‘오휘’ 광고(왼쪽 페이지)가 2개 면에 실렸고 다음 2개 면에 미샤의 광고(오른쪽)가 실렸다. 그러나 이 잡지 2월호에서는 미샤의 광고가 사라졌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중저가 화장품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 앞으로 ‘광고 방해 행위 중단요구’ 공문을 보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공문은 ‘LG생활건강이 미샤 화장품 광고를 빼라고 S패션잡지사를 압박해 2월호에 미샤 광고가 빠졌다’며 △재발 방지 약속 △사실관계 해명 △광고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3일까지 답변이 없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해당 공문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11월 S패션잡지를 포함한 잡지사 4곳과 앞쪽 프리미엄 지면에 1년간 광고를 싣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LG생활건강 측에서 해당 잡지사들에 ‘백화점에 들어가는 고급 브랜드인 오휘 화장품 광고 바로 다음 지면에 중저가 화장품인 미샤가 들어가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다’며 미샤 광고를 빼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LG생활건강 계열 브랜드의 광고를 빼고 브랜드 잡지 대행 제작도 중단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S패션잡지사는 연간 20억 원 규모로 LG생활건강의 브랜드 잡지를 제작해 주고 있다. 결국 S패션잡지 2월호에선 1월호에 있던 미샤 광고가 빠졌다.

이와 관련해 에이블씨엔씨의 창업자인 서영필 회장은 최근 자사 커뮤니티 뷰티넷과 페이스북에 ‘나는 분노합니다’라는 긴 글을 올렸다. 서 회장은 이 글에서 “미샤의 영업활동을 부당한 방법으로 방해한 모 브랜드에 지난주 공문을 보냈다”며 “잡지사 한 곳에서 광고가 빠졌다고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의 힘을 동원해 협박하는 행태에 분노한다”고 썼다. 서 회장은 또 “자유시장 경제에서 상호 간의 자유로운 계약과 그 계약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이게 무슨 자유시장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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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패션잡지사들은 화장품 브랜드 여러 개를 거느리고 광고를 하는 대기업들과 수입화장품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며 “해당 잡지사도 차라리 미샤와 한 계약을 깨고 손해배상을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원래 잡지 앞쪽의 프리미엄 지면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선점하는 게 원칙인데 미샤 광고가 앞쪽에 있어서 LG 계열인 더페이스샵 광고도 넣어 달라고 요구했을 뿐 미샤 광고 중단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LG생활건강과 미샤의 치열한 공방은 LG 계열 더페이스샵이 미샤와 중저가 브랜드숍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샤는 중저가 브랜드숍 화장품 시장을 연 원조였지만 후발주자인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에 밀려 2등으로 떨어졌다가 최근 매출 1위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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