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는 지난해 12월 29일 13만9000원으로 마감하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연초 1만8000원대였던 주가가 최고 14만 원대를 찍기도 했다. 한해 주가상승률만 무려 633%에 이른다. 새해 들어서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통령 선거 출마 기대를 타고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다. 박원순 테마주, 박근혜 테마주, 문재인 테마주도 이에 못지않게 증시를 달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치 테마주로 분류한 78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2011년 6월 말 7조6000억 원에서 5일 현재 11조7000억 원으로 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8.4%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흐름을 역행하는 증가세인 셈이다.
주식시장에서 종목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예상은 회사의 실적과 성장, 업황 분석을 기본으로 하지만 ‘테마주’에서는 이 공식이 전혀 성립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테마주의 거듭된 상승은 개미들에게 ‘테마주만 잘 타면 나도 대박’이라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준다. 인터넷상에서의 테마주 한탕주의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인터넷 주식 관련 게시판에는 각종 이슈에 따른 테마주 편승 논리가 봇물을 이룬다. 유명 주식 관련 사이트의 정치인 테마주 종목 게시판에는 ‘흑룡의 해 2012년 안철수, 박근혜 운수’라는 게시 글의 조회 수가 폭발했다. 그 기업의 실적을 따지기보다 정치인의 운에 자신의 돈을 걸고 있는 것이다.
장윤정 기자
이에 금융당국이 9일부터 정치인 테마주 근절을 위해 긴급조치권 등을 발동하겠다며 강력 대응에 나섰지만 ‘약효’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에도 정치인 테마주 관련 불공정 거래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조사를 벌였지만 큰 결과물이 없었기 때문.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교활하게 치고 빠지는 작전세력과 ‘묻지 마’ 투자의 합작품인 정치인 테마주의 배후를 캐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단속에도 꿈쩍 않는 간 큰 테마주 투자자들도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과거 테마에 휩쓸렸던 종목들의 현재 주가다. 별다른 근거 없이 유행에 휘둘린 주가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박원순 테마주로 묶이며 급등했던 풀무원홀딩스, 웅진홀딩스의 주가는 오히려 테마주에 묶이기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정치바람에 휩쓸려 자칫 공들여 모은 쌈짓 돈을 날리는 것은 아닌지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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