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자본주의’ 일자리로 풀자]<6·끝>구직청년들도 발상의 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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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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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中企로 눈낮추고 해외로 눈돌리고 창업에 눈떠보자일자리 개척 위한 3가지 제언

《 청년들의 입맛에 맞는 자리로만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정부가 ‘친(親)일자리 정책’을 펴 일자리 절대 수를 늘려도 청년 구직자들이 대기업과 공기업만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기피한다면 일자리 부족현상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내년 500대 기업의 채용 예정 인원은 2만8412명으로 올해보다 1.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매년 3만 명 안팎으로 뽑는 공무원 및 공기업도 10% 이상 채용을 늘리기는 힘들다.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서비스산업 규제 혁파로 젊은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일부 늘어나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편한 일자리만 찾으려고 하는 전근대적 직업관의 대전환이 선행되지 않고는 청년실업률을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청년들이 공무원과 대기업에만 안주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진취적인 마인드로 새 일자리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에 비해 임금, 복지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역량발휘가 보장되는 중소기업에서 미래를 찾으려 하거나, 창업이나 해외취업 등 좀 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 필생의 직업을 구하려는 자세도 필요하다. 》
[1] 中企만의 장점 많다
기업경영 全과정 금방 배울 수 있어


청년 실업률이 6.8%로 전체 실업률(2.9%)의 두 배를 훨씬 넘지만 정작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어 구인난을 겪고 있다.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자동차 부품 금형업체 A사는 올 10월 외국인 근로자를 간신히 배정받고 한시름을 놓았다. 이 회사 대표 김모 씨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 근로자 배정 경쟁이 워낙 치열해 30분만 늦었어도 필요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월 170만 원을 주고 있는데, 한국 젊은이들은 이 정도 월급으로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통계청의 201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3∼29세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으로는 국가기관(28.7%), 대기업(21.6%), 공기업(15.6%) 등이 꼽힌 반면 중소기업은 고작 2.3%, 벤처기업은 3%에 그쳤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청년들의 눈높이가 턱없이 높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전국 22개 대학 재학생 5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7.9%가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일자리가 있어도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라고 답했다. ‘일자리 수가 부족해서’라는 답은 19.3%에 불과했다.

대우가 별로고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소기업을 외면하지만 중소기업만의 장점은 매우 많다. 경기지방중소기업청 김진형 청장은 “대기업에서는 자기가 맡은 작은 일만 해야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회사경영 전반을 관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는 입사 10년 이후에나 할 수 있는 일을 중소기업에서는 2∼3년차면 몸으로 부딪쳐 배울 수 있다는 얘기다.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대기업, 공공기관에만 가려고 수년씩 취업 재수를 하는 것은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성세대의 체면문화에 예속돼 도전정신을 상실해버린 것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2] 해외취업도 길이다
건설-환경 쪽 진출 기회 의외로 많아


대한항공 승무원 송수민 씨(31)는 2008년 입사 전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레이트항공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2005년에 국내 항공사 취업에 실패했지만 과감하게 해외 항공사에 도전해 성공했고, 3년간 현지에서 경험을 쌓아 경력직으로 국내로 U턴했다. 남들이 승무원 학원에서 재수, 삼수할 때 송 씨는 해외에서 길을 찾은 셈이다.

세계화 시대에 일자리를 꼭 국내에서 찾을 필요는 없다. 국내 기업들이 내수시장에서 한계를 느끼고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것처럼 취업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의외로 많다. 정부는 2008년부터 진행 중인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2만여 명의 청년 해외취업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최근 4년간 산업인력공단을 통해 해외취업에 성공한 청년은 총 9614명으로 1만 명에 육박한다. 목표치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해외 취업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구직자 4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4%가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언어장벽만 넘을 수 있다면 해외에서의 우리 인력 수요는 의외로 많다. 베트남,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현지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경남기업의 성완종 회장은 “국내에 매년 배출되는 대학 졸업생 40만 명 중 7만 명가량이 건설 및 환경 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이들만 해외로 눈을 돌려도 우리 취업시장이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 과감히 창업 도전을
정부, 2000억 창업자금 신설 등 지원


기업,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청년들이 직접 도전하는 창업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는 일자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창업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3.74%에 그친 반면 50대 이상 비중은 29%에 이른다. 시니어 창업이 대부분 식당, 편의점 등 자영업에 머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취적인 창업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 직후 ‘닷컴 버블’에 반짝했던 벤처 열기도 많이 식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1999년 58%였던 20, 30대 벤처기업 창업자 비중은 지난해 14.3%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비교해 창업에 나설 여건이 척박한 탓도 있지만, 갈수록 안정적인 직장만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도전정신 부족이 취업난 속의 벤처 기피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청년층의 창업의지를 북돋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가 조만간 폐지될 예정이고, 아이디어 창업을 돕기 위해 2000억 원 규모의 청년 전용 창업자금이 신설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마이스터고 창업지원을 놓고 학생들과 토론회를 갖거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창업지원센터를 방문하면서 정책의지를 내비치는 것도 좋은 신호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청년들이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창업에 적극 나서고, 정부는 실패 확률이 높은 청년창업 지원을 위해 네트워크 및 멘토 지원 등 전방위적인 조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 진로교육 못받아 희망직업 모르는 한국청년들 ▼
진로수업 파행-상담교사 부족… 유럽처럼 진로맞춤형 수업을

청년들이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고 싶어도 못 낮추는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적성과 가치관에 맞는 진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진 사람인지, 인생에서 무엇을 추구해야 행복할 것인지, 어떤 직업과 분야의 미래가 유망하고 밝은지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성장한다는 얘기다. 자신의 적성과 꿈에 대한 진지한 천착과 적성을 살리는 진로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과 회사에만 매달리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국내 진로교육의 현실은 열악하다. 국내 고등학교 중 절반가량이 ‘진로와 직업’을 선택과목으로 선정했지만 수업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A여고는 ‘진로와 직업’ 시간에 편법으로 영어나 수학을 배운다. 진로상담교사는 아예 없다.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 중고교에 진로상담교사 1500명을 배치했지만 이 정도론 학생들의 진로를 깊이 있게 지도할 수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국내 중고교 사회 관련 교과서 3종에 언급된 직업을 분석한 결과, 직업이 언급된 횟수는 총 65회, 직업 종류는 22회에 그쳤다. 그나마 법관이 12회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통령, 변호사, 검사가 6회씩 나올 뿐이다. 정연순 한국고용정보원 진로교육센터장은 “중고교생은 대부분 직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청소년에게 다양한 직업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와 아일랜드의 진로교육 사례는 그런 측면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뉴질랜드에서는 ‘열린 교장실 제도’라는 이름으로 교장이 학부모와 학생을 직접 만나 직업상담을 한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학생 진로에 맞춘 교과시간표를 직접 짠다. 학과 수업은 담당과목 교사의 몫이지만 학생의 진로 설정은 진로상담교사와 교장이 책임지고 수행한다.

유럽에서 가장 입시경쟁이 치열한 아일랜드에선 고교 진학 전에 1년간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를 거친다. 평소 국어, 수학, 과학 등을 배우던 학생들이 전환학년 시기에는 자신의 장래희망과 연관된 수업을 직접 선택한다. 전환학년제 때 진로를 탐색해 자신이 갈 길을 확실히 정하면 공부든 기술이든 스스로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동기가 부여된다는 게 아일랜드 교육의 특징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진로교육를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자신의 적성과 희망을 모른 채 점수에 맞춘 진학에만 힘을 쏟고, 학력 인플레라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적성과 진로에 맞는 학습기회를 보장해주는 게 눈높이를 맞추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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