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EO를 위한 지혜]‘인생 八味’를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3일 03시 00분


‘사람들은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人莫不飮食也, 鮮能知味也).’ 중용(中庸) 4장(章)에 나오는 말이다. 일명 ‘지미(知味)’의 철학이다. 맛을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삶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며 오래 사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2040년에 이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90세가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생리적으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인생의 맛(味)을 모르고 그저 나이만 많이 먹는다면 장수(長壽)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게 아니다.

왜 인생의 맛을 모르고 사는 것일까. 똑똑하고(지·知) 잘난(현·賢) 자들은 늘 넘치고, 어리석고(우·愚) 못난(불초·不肖) 자들은 늘 뒤처지기 때문이다(知者過之 愚者不及 賢者過之 不肖者不及). 유능하고 잘난 사람들은 사회적 명예와 성공을 위해 인생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며 나이를 먹어간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인생이 그리 맛있는 인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무능하고 어리석은 사람들 역시 인생의 제대로 된 맛을 알며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생의 맛을 알며 사는 지미(知味)의 인생은 저 멀리 떨어져 있거나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는 아주 일반적이지만 의미 있는 것들, 이런 인생의 맛을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고 한다. 송(宋)나라 소강절(邵康節)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늦은 저녁 밤하늘의 달을 보고,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인생의 가장 맛있는 순간이라고 읊으면서 그 일상의 맛을 ‘일반청의미’라고 정의했다. 그 맛은 어느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나만이 느끼는 인생의 맛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맛은 여덟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일명 인생을 맛있게 사는 ‘인생팔미(人生八味)’다. 첫째는 음식지미(飮食之味)로 살기 위해서 음식을 몸속에 넣는 게 아니라 음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느끼며 먹는 것이다. 둘째는 직업지미(職業之味)로 돈을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을 통해 인생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는 것이다. 셋째는 풍류지미(風流之味)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여행이나 취미가 아니라 바람처럼 물처럼 나의 자유로운 영혼을 여행이나 취미를 통해 느끼는 맛이다. 넷째는 관계지미(關係之味)로 가족, 형제, 동료와 어쩔 수 없이 관계를 갖는 게 아니라 만남 속에서 기쁨을 얻기 위해 만나는 맛이다. 다섯째는 봉사지미(奉仕之味)로 자기만을 위해서 사는 인생이 아니라 남에게 봉사함으로써 얻는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여섯째는 학습지미(學習之味)로 하루하루 배움과 깨침 속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나가면서 느끼는 맛이다. 일곱째는 건강지미(健康之味)로 그저 육체 덩어리 육신이 아니라 균형과 조화를 갖춘 내 몸을 느끼는 것이다. 여덟째는 인간지미(人間之味)로 ‘나(我)’라는 존재를 규명해 나가는 기쁨을 만끽하는 맛이다.

인생의 맛은 일상의 맛이며, 의미의 맛이다. 스스로가 느끼려고 해야 느끼는 것이며 부귀(富貴)와 빈천(貧賤), 환란(患亂)과 우환(憂患)은 인생팔미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생각만 바꾸면 바로 우리의 일상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인생의 맛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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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실천적 지혜를 갖춰야

▼ Harvard Business Review


세상에 널린 수많은 지식은 3년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거나 리먼브러더스와 워싱턴뮤추얼의 도산을 예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제너럴모터스나 서킷시티가 파산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이 정도로 리더십이 절실한 때가 없었고, 이 정도로 실망한 적도 없었다. 왜 지식은 현명한 리더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지식을 부족하게 사용하고 있고 올바른 종류의 지식을 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CEO가 조직 전체에 걸쳐 실천적 지혜를 고양시키면 새로운 지식이 창출될 뿐 아니라 통찰력 있는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실천적 지혜를 갖추고 기업을 이끌기 위한 지도자의 6대 역량을 제시했다.

‘솔직히 말해서’의 진실은

▼ Mind Management


이연희(가명·30) 씨는 얼마 전 석 달 남짓 사귀던 ‘장난 아닌 스펙’을 가진 남자와 헤어졌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그는 썩 괜찮은 사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의 말투였다. 그는 어떤 말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솔직히 말해서”라고 말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그 어떤 말도 솔직하게 진심으로 와 닿지 않았다. 우리는 누구나 약간의 위선과 이중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이를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솔직함과 진심을 가장하게 된다. ‘진심’이란 말이 진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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