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協 “막장드라마 제작 자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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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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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방송사에 시정 요구키로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선정한 ‘막장 드라마’들.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왼쪽)이 막장 요소 노출 비율 24.1%로 1위를 차지했다. SBS의 아침 드라마 ‘미쓰 아줌마’(가운데)가 3위, KBS 2TV의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오른쪽)는 5위였다. 각 방송사 제공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선정한 ‘막장 드라마’들. MBC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왼쪽)이 막장 요소 노출 비율 24.1%로 1위를 차지했다. SBS의 아침 드라마 ‘미쓰 아줌마’(가운데)가 3위, KBS 2TV의 주말드라마 ‘사랑을 믿어요’(오른쪽)는 5위였다. 각 방송사 제공
방송 광고주들이 ‘막장 드라마 손보기’에 나섰다. 현 지상파 방송사들이 제작한 막장 드라마의 폐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시민단체의 판단을 토대로 한국광고주협회가 각 방송사에 시정을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비(非)윤리적 내용을 담은 막장 드라마가 개별 광고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광고주협회는 드라마 광고 집행을 결정할 때 시청률 외에 내용의 건전성까지 따져보도록 회원사를 독려하기로 했다.

한국광고주협회는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1일 발표한 ‘막장드라마 워스트(최악의) 5’와 관련해 방송사 드라마 제작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2일 밝혔다. 광고주협회는 각 방송사에 막장 드라마 제작을 자제하고 유익한 드라마 제작을 확대해 달라는 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다. 또 각 광고주와 협력해 좋은 드라마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시민단체의 드라마 모니터링 사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서울YMCA는 광고주협회에 “광고 및 협찬 없이는 드라마 제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협회가 막장 드라마 개선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막장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광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광고의 비용 대비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막장 드라마에 광고를 하면 기업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김봉현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지난해 한국광고주대회 특별세미나에서 ‘드라마 내용이 기업 및 광고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부정적 내용의 드라마를 본 시청자는 후속 광고와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동시에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는 특히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YMCA는 올해 7∼9월 3개월간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영한 드라마 29편을 모니터링한 결과 모든 드라마가 막장 요소를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MBC의 ‘반짝반짝 빛나는’과 ‘미스 리플리’, SBS의 ‘미쓰 아줌마’와 ‘신기생뎐’, KBS 2TV의 ‘사랑을 믿어요’는 막장 드라마 워스트 5로 꼽혔다. YMCA 관계자는 “이들 드라마는 일시적으로 시청률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해 현실을 왜곡하거나 폭력, 비윤리적 내용으로 시청자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비윤리적 설정이나 노출, 애정신 등 선정적 요소를 과도하게 삽입하는 막장 드라마는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았다. 그 수위도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지적돼 왔다. 가깝게는 올해 방영된 SBS ‘신기생뎐’이 귀신의 빙의 장면이 등장하는 등 황당한 설정으로 논란을 불렀다. 여주인공이 얼굴에 점 하나를 찍고 나와 다른 사람 행세를 하며 전남편에게 복수하는 SBS ‘아내의 유혹’(2008년)은 ‘막장의 끝장’으로 회자된다. 50%에 가까운 시청률로 화제를 모은 KBS ‘제빵왕 김탁구’(2010년) 역시 출생의 비밀과 복수, 암중모략 등의 설정으로 막장 드라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이들 막장 드라마를 집중 심의하고 있다. 지난해 13건의 시청자 사과와 주의, 경고 등 제재조치를 내렸지만, 올해 들어서는 10월까지 조치 건수가 벌써 24건으로 크게 늘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는 MBC ‘불굴의 며느리’가 불륜과 폭행 등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인 내용과 관련해 경고를 받았고, KBS ‘오작교 형제들’은 욕설과 저속한 표현으로 시청자 사과 조치를 받았다.

광고주협회는 내용의 건전성을 잣대로 광고 집행을 하도록 회원사들을 독려하는 한편, 좋은 드라마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광고주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 선정 등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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