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공유 경제… ‘카셰어링’ 한달만에 회원 1만명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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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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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의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카셰어링’ 사업이 한국에 상륙했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한 카셰어링은 국내의 한 민간업체가 지난달 초 서비스를 시작한 뒤 1개월 만에 1만여 명의 회원을 유치하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처럼 차를 ‘소유’가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국내에서도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간편한 예약, 싼 요금


1일 오후 9시 반 서울 중구 명동 눈스퀘어 지하 1층 주차장.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스마트키’ 메뉴에서 경적 버튼을 누르자 전용 주차공간에 세워진 차가 램프를 반짝거리며 경적을 울렸다. 온라인으로 예약한 준중형급인 현대자동차 ‘아반떼’였다. 전자태그(RFID)가 내장된 카드를 차 앞 유리창 위 단말기에 갖다 대자 ‘철컥’ 소리를 내며 차문이 열렸다. 키는 분실을 막기 위해 운전대 옆에 끈으로 연결돼 있다. 1시간 반 동안 서울 시내를 23km 주행했다. 요금은 택시비로 같은 거리를 이동했을 때와 비교해 절반 수준인 8316원. 반납 시간이 다가와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요금은 가입 때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차량 반납 때 원래 빌렸던 지점으로 돌아와야 하는 점은 불편했다.

국내 첫 카셰어링 서비스인 그린포인트의 ‘그린카’(www.greencar.co.kr)는 간편한 예약과 싼 요금이 돋보였다. 반응도 좋다. 회원 수는 한 달 만에 1만 명을 넘어섰고, 차량 40대로 시작했지만 수요가 많아 지난주에는 4대를 늘렸다. 그린카 김보섭 이사는 “주로 직장인과 친환경적인 소비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 이용한다”며 “최근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요금은 1시간당 최저 2750원(경차·주중 이용 기준)이다. 30분 단위로 사용할 수 있으며 보험료와 내비게이션 이용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하루 운행거리 80km까지는 추가 주유비를 내지 않아도 된다. 차종은 경차부터 수입차까지 다양하다. 다만 처음 가입할 때는 가입비(2만 원)와 연회비(5만 원)를 내야 한다. 인건비가 거의 들지 않아 요금이 비교적 싸다. 그린카는 서울 시내와 경기 일부 지역 등 총 30여 개 거점에서 40여 대의 차량을 운영하는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구 명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대학가 주변에 몰려 있다.

○ 해외 이용자 100만 명 돌파


카셰어링은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세계 20여 개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실용적 소비’ 성향이 확산되고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폰 보급으로 이용이 쉬워지면서 이용자가 연평균 35%씩 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에 따르면 2006년 25만8000여 명이던 카셰어링 이용자는 지난해 105만 명으로 늘었다.

카셰어링은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캐나다 지역환경위원회에 따르면 캐나다 퀘벡은 카셰어링 보급으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연간 16만8000t 감소했다. 또 도심 수요가 많기 때문에 향후 전기차의 주된 보급 경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식경제부도 내년 하반기(7∼12월) 수도권 10개 지역에서 공용 전기차 20대를 빌려 쓰는 ‘전기차 셰어링 시범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선진사회일수록 자동차를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줄어든다”며 “카셰어링의 국내 보급은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카셰어링(Car Sharing) ::

1950년대 스위스에서 사회운동 형태로 처음 시작. 이후 1990년대 들어 서유럽과 미국에서 상업화됐음.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실용적 소비패턴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확산. 회원 가입 후 시내 곳곳에 위치한 무인 거점(차량보관소)에서 차를 빌리고 지정된 무인 거점에 반납하면 됨. 현재 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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