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 생산 2개월 연속 하락… 실물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 동아일보

자동차 반도체 컴퓨터 등 국내 주요 산업을 망라하는 633개 품목의 월 생산실적을 조사한 광공업생산지수가 두 달 연속 하락했다. 광공업 생산이 2개월 이상 연속해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하반기 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도 상승세를 멈추는 등 실물경기 둔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1.9% 감소해 두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1.9%는 2월 2.5% 감소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광공업생산이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자동차(―6.7%), 반도체 및 관련 부품(―3.0%), 화학제품(―3.2%), 컴퓨터(―6.9%) 등 수출 대표 제품 생산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생산뿐 아니라 내수와 수출용 출하도 전월보다 각각 1.0%, 0.2% 줄어 두 달째 동반 감소했다.

8월 소매판매가 전월에 비해 0.2% 감소하는 등 소비심리 위축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기기 등 내구재 소비가 늘었지만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가 많이 줄었다. 제조업 활력도 눈에 띄게 쇠퇴해 재고가 늘고 공장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8월 생산자제품 재고는 반도체 및 부품, 전기장비, 기계장비 재고 등이 증가하면서 지난달보다 3.1% 늘었다. 출하 대비 재고 비율을 의미하는 재고율은 105.6%로 3개월째 상승했다. 그만큼 물건을 만들어도 안 팔린다는 의미다. 재고가 늘면서 공장 가동률도 떨어져 8월 제조업평균가동률은 정상가동률을 약간 웃도는 80.5%에 그쳤다. 공장가동률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는 모두 제자리걸음을 했다. 8월 동행지수는 100.9로 전월과 같았다. 3∼6개월 후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도 전월과 같은 2.0%였다. 기획재정부는 “광공업 생산이 주춤한 것은 지난달 자동차의 설비교체, 일부 공장 이전 등 일시적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후 추세는 좀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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