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컨트롤타워 넘버2에 장충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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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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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내 전략기획의 달인… 미래전략실 차장에 임명
과거 이학수-김인주 포진… 구조본 실-차장 구도 부활

삼성이 그룹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미래전략실에 차장직을 신설하고, 이 자리에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장충기 사장(57)을 임명했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은 팀장으로 승진했다.

장 차장은 미래전략실장인 김순택 부회장을 도와 미래전략실 업무 전반을 지원하게 됐다. ‘실장+6개 팀’으로 구성된 미래전략실에 차장이 생김으로써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과거 구조조정본부 시절 이학수 실장과 김인주 차장이 포진했던 구도를 갖추게 됐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4월부터 정기 출근을 시작한 이후 미래전략실은 이 회장을 보좌하고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 등 업무가 많아져 ‘실차장’(室次長)을 신설했다. 이 회장이 20일 미래전략실 팀장들과 오찬을 하면서 장 사장을 실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실차장은 미래전략실 내부 용어이며, 대외적으로 차장이다.

부산고와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장 차장은 회장 비서실 기획담당 이사보, 기업구조조정본부 기획팀 전무와 부사장을 지낸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이다. 2009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브랜드관리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커뮤니케이션팀장이 됐다.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 몰두해 전형적인 ‘삼성맨’으로 꼽힌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신년사 작업에 여러 차례 참여해 기획력도 인정받고 있다.

장 차장은 김순택 실장이 전략1팀(팀장 이상훈 사장), 전략2팀(〃김명수 전무), 경영지원팀(〃전용배 전무), 인사지원팀(〃정금용 전무), 경영진단팀(〃정현호 부사장), 커뮤니케이션팀(〃이인용 부사장) 등 미래전략실 6개 팀을 관장할 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의 사정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과거 구조본의 김인주 차장처럼 2인자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삼성이 미래전략실에 차장을 보강한 것은 그룹 안팎에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옛 구조본과 같이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룹의 미래 먹을거리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내부 비리 척결, 인적 쇄신, 3세대로 넘어가는 경영승계 작업 등 산적한 현안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미래전략실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 수립의 달인’으로 통하는 장 차장이 미래전략실의 2인자로 발탁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번 인사를 계기로 삼성의 사장단 인사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통상 10월경 사장단 인선작업에 착수해 12월 일괄 발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올해는 이미 9월에 인선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의 여건과 수요에 따라 사장단 인사가 수시로, 또는 빨리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테크윈 사태 이후 사장단 정기인사 원칙이 사실상 깨진 가운데 이날 장 차장 단독 인사도 부정기 인사가 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건희 회장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의 모델을 고심하며 최근 삼성 사장들에게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일부 계열사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의 사장은 사장이 아니라 오너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라”며 “실무는 모두 부사장들에게 넘기고 사장은 3년, 5년 뒤의 먹을거리를 구상하는 데 주력하라”고 강조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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