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랜드마크 빌딩 건설공사 사업권 수주를 놓고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사업비만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규모인 데다 앞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물로서 상당한 홍보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수주가 유력한 업체는 시공능력평가 1, 2위를 다투고 있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다.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가 제시한 시공사 선정기준은 △신용등급(100점 만점에 차지하는 비율 30%) △시공능력(20%) △시공실적(20%) △공사기간(10%) △전환사채(CB) 인수 참여(10%) △공사이익 비율(10%) 등 모두 6가지다. 이 가운데 점수 비중이 높은 신용등급과 시공능력, 시공실적은 업체별 기록이 확정된 상황으로 점수차는 미미하다. 3개 항목을 합친 점수는 현대가 삼성보다 0.5점, 포스코보다 2점 많다. 따라서 나머지 항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가려질 확률이 높다.
현대건설은 이번 수주전을 재계의 영원한 경쟁자인 삼성물산에 설욕할 기회로 보고 필승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4년 전인 2007년 30조 원에 달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권을 놓고 격돌했다가 삼성물산에 패한 경험 때문이다. 현대건설 영업실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수주전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삼성물산으로 보고 있다”며 “삼성의 수주 의지와 전략 정보를 파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공식적으로는 “검토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권을 따냈다가 중도 포기한 사실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사업설명회에 참가한 데다 용산역 개발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경쟁사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등 삼성물산이 유력한 시공사 후보라는 데 이의를 다는 곳은 없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가 밝힌 시공사 선정기준이 현대와 삼성만을 위한 맞춤형이다”라며 불만스러워하면서도 강력한 공사 수주 의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현대와 삼성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없다는 규정을 이용해 다른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현대와 삼성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덩치가 큰 사업인 만큼 놓치고 싶은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 랜드마크 빌딩은 단일 공사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통상 가장 비싼 공사로 알려진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총사업비 약 4조 원 중 건설비용이 1조 원 정도. 용산 랜드마크 빌딩의 공사비가 이보다 약 4000억 원 더 비싼 셈이다.
이봉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국내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초고층 빌딩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지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건설사들은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려 향후 초고층 빌딩을 추가 수주하는 데 활용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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