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乳값 올려달라” 낙농업자들 어제 집유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우유대란 불안감에 사재기 조짐

유제품 생산 20∼30% 감소

3일 오전 5시. 경기 안성시 사곡동 남부낙농지원센터의 차고지 출입구를 트랙터 3대가 가로막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소속 조합원들이 서울우유 집유 차량 19대가 각 농가로 나가 원유(原乳)를 받아 오지 못하도록 막은 것. 조합원 60여 명 중 일부와 집유 차량 운전사들은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했다. 협회 관계자는 “전국 3개 농가를 제외하고 전국적인 집유 거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원유 가격 인상폭을 놓고 낙농 농가와 정부, 우유업체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3일 전국의 낙농 농가들이 일제히 집유 거부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원유를 주원료로 우유 또는 발효유 등을 생산하는 우유업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서울우유는 이날 생산라인 일부가 잠시 멈춰 섰다. 이에 따라 출하량은 20∼30% 줄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역시 공장가동률을 평균 10∼20% 낮췄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용 우유를 우선 공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커피전문점, 제빵업체 등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역 내 A커피전문점 직원은 “최근 폭우 등으로 입고 물량이 50% 이상 줄어든 상태”라며 “원유 공급 중단사태까지 겹치면서 우유업체가 주문량을 맞추기 어렵다고 통보해 발만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우유 수급이 불안해지자 3일 일부 농가에서는 농장주가 집을 비운 사이 집유 차량이 몰래 우유를 가져가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젖소농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모 업체 집유 차량이 와 말도 없이 원유(700kg)를 가져가고 전표만 달랑 남겨뒀더라”며 화를 냈다.

유제품 유통 구조상 약 2일 전에 짠 원유로 만든 제품이 유통업체에 공급된다. 따라서 당장 이날 공급 부족 현상이 빚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일부 대형마트에는 갑자기 수요가 몰리면서 전일 대비 판매량이 상승하기도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흰 우유 판매량이 각각 전일 대비 10.8%, 10.4% 올랐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보다는 커피전문점 운영자 등 자영업자들이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서울 역삼점 양재점 등 상업지구 인근 매장의 매출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제빵업체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차질이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유가 많이 들어가는 제품의 비중을 줄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업계와 우유업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낙농진흥회 사무실에서 8차 회의를 벌였으나 개회 20여 분 만에 정회가 선언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이후 회의가 재개돼 오후 7시 20분까지 릴레이 회의를 벌였다. 그러나 낙농업계가 현재 L당 704원인 원유 가격에 대해 173원 인상안을 고수한 반면 우유 업계는 최대 81원까지 올려줄 수 있다고 맞서 결렬됐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