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주축 전·철·선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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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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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기업 상반기 실적 분석… 대부분 영업이익 급감

국내 산업계의 주축인 전자, 철강,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1일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상반기(1∼6월) 실적과 올해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대표기업들 대부분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문제는 하반기(7∼12월)에도 고(高)유가와 환율 하락,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가 예상돼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국가 성장 동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주력 산업, 잇단 수익성 하락

가장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것은 전자업계다. 삼상전자는 올 상반기에 매출 76조4300억 원, 영업이익 6조7000억 원의 실적을 냈다.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은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영업이익이 28%가량 줄어들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갤럭시S2’의 판매 호조로 매출은 늘었지만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반도체 등 다른 기업들은 모두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전자업계의 부진은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장 전자·정보기술(IT) 분야의 물류 수요가 줄어 대한항공은 2분기(4∼6월) 197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대한항공 측은 “제품 가격이 높고, 운송수단에 민감한 전자·IT는 항공기를 이용한 수송이 많은데, 이 부분이 줄어든 것이 적자로 돌아선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올해 중국에 빼앗겼던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보다는 나아졌지만, 올해만 놓고 보면 2분기 실적이 1분기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1분기 매출 12조7011억 원, 영업이익 1조7109억 원을 냈지만 2분기에는 매출 6조533억 원, 영업이익 6770억 원에 그쳤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올해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영업이익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매출을 늘리려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익을 등한시한 결과로 보인다”며 “이익극대화 비즈니스 모델로 대표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국제경제 악재가 계속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더욱 비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가장 큰 악재인 고유가는 하반기에는 다소 진정되긴 하겠지만 배럴당 100달러 이상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유가는 기업들에 원가 상승요인이 될 뿐 아니라 가계에는 소비여력을 줄이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대표되는 세계 각국의 재정 취약성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민간지출이 줄어들면 국가 재정지출을 통해 소비 진작을 꾀할 수 있지만 그럴 여지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의 강점만을 극대화하는 사업전략은 이미 구시대 모델이 됐다”며 “신사업 창출을 통해 현재 주력사업이 하락 곡선을 그릴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노력이 국내 기업들에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 현대차그룹만 ‘나 홀로 독주’

이런 흐름에서 유일하게 비켜난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현대차그룹만 유일하게 쾌속 질주하고 있다. 상반기에 매출 38조3250억 원, 영업이익 3조9543억 원을 낸 현대자동차뿐만 아니라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눈부신 실적을 내며 한국 경제를 이끌었다면 올해는 그 자리를 현대차가 이어받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한동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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