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Global’ 한국인들, 국내 부동산 침체-환율 하락에 해외 투자 4년 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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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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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사무용빌딩 임대업을 하는 K 씨(58)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에 있는 원룸형 아파트 한 채를 100만 달러에 샀다. 김 씨는 “맨해튼은 임대수요층이 두꺼운 데다 수익률도 연평균 6% 정도 된다”며 “국내 은행이자보다 수익률이 높은 데다 앞으로 미국 부동산 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돼 투자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원화 가치가 오르면서(원-달러 환율은 하락) 우리 국민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국내 거주자의 해외부동산 취득액은 1억2517만 달러로 2007년 6월(1억4170만 달러) 이후 최대치였다. 올들어 3월(1억1100만 달러) 이후 3개월 연속 1억 달러를 넘어섰다. 거래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올 5월 말까지 거래건수는 845건으로 작년 전체(887건)에 육박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거래량(522건)을 훌쩍 넘어섰다.

투자 상품은 임대수요가 많은 대도시 지역의 아파트와 사무실에 집중되고 있다. 북미지역 부동산컨설팅 전문업체 골드앤모어의 김원철 대표는 “대도시는 수익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다 예상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에도 다른 지역보다 먼저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녀 유학용이나 이민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을 구입하는 실수요자도 많다. 지방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P 씨는 최근 유학 중인 딸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대 인근 아파트를 3억 원대에 매입했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넘게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사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대학가에 위치해 나중에 월세를 줄 수 있고 팔더라도 손해 보진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중개전문업체 에스그룹리얼티 송동훈 부사장은 “북미 쪽 개인투자자의 60∼70%는 기러기 아빠나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고 귀띔했다.

해외에 세컨드하우스를 두려는 투자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까지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K 씨는 지인 2명과 함께 3억 원을 만든 뒤 필리핀 수비크 지역에 위치한 리조트 콘도 한 채를 구입했다. 회계법인을 운영하는 S 씨는 캐나다 밴쿠버에 집을 구한 뒤 1년에 절반가량은 현지에서 보내고 남은 기간에는 임대를 놓고 있다. 해외부동산 투자 컨설팅회사 루티즈코리아 김영호 이사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규 분양물량을 사둔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은퇴 후 살 집을 미리 사두고 그 사이 임대수익도 함께 거두려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해외부동산을 취득한 투자자들을 보면 거주목적과 투자목적이 일정 비율을 유지하며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부동산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현재와 같은 원-달러 환율 추이가 지속된다면 해외부동산 취득 붐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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