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 끼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면?… “주인님, 흔들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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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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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면 화면도 가로가 되네….” 1년 전만 해도 중력을 인식하는 스마트폰에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이런 말을 하면 놀림 받기에 딱 좋다. 가로 세로 화면 전환은 기본이다. 얼굴 쪽으로 스마트폰을 끌어당기기만 해도 화면이 커지고 스마트폰 본체의 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해도 통화 연결이 된다. 사용자의 동작을 인식하는 기능뿐 아니라 화면을 자기 마음대로 꾸미고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능도 강화됐다. 이 모든 게 차별화 경쟁 때문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손끝에서 느끼는 주관적인 감각까지도 경쟁의 대상이 됐다. 스마트폰 주요 제조사들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에서 어떤 새로운 특징을 내세울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 스마트폰이 동작을 알아차린다

추운 겨울, 장갑을 끼고 있을 때 전화가 온다면?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안해 LG전자는 흔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왼쪽의 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제공
추운 겨울, 장갑을 끼고 있을 때 전화가 온다면? 장갑을 벗고 스마트폰을 터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안해 LG전자는 흔들면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용자환경(UI)을 선보였다. 스마트폰 왼쪽의 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제공
‘추운 겨울, 장갑을 끼고 있는데 전화를 받아야 한다면? 회의시간에 갑자기 전화나 알람이 울린다면? 문자 오타를 수정하고 싶은데 손이 커서 커서를 옮기기 어렵다면?’

올 초 LG전자 개발팀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불편해할 만한 상황을 모조리 써내려갔다. 두께가 얇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로만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뭔가 소비자들이 체험으로 느낄 만한 새로운 기능을 넣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달 나온 것이 ‘옵티머스 블랙’에 탑재된 ‘제스처 UI’이다. 손으로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아도 두드리거나, 뒤집거나, 흔들거나 하는 동작으로 특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UI다.

이는 세 가지 센서 덕분이다. 방위각을 인식하는 ‘지자기 센서’, 휴대전화의 기울기를 인지하는 ‘가속도 센서’, 기울기의 각속도를 검출하는 ‘자이로 센서’가 스마트폰의 행동반경을 아홉 가지 축에서 파악한다. 이 덕분에 옵티머스 블랙 왼쪽에 있는 ‘제스처(G)키’를 누르고 흔들기만 하면 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전화벨이나 알람이 울리면 뒤집는 행동만으로 ‘무음모드’가 된다. 커서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이동시키고 싶다면 스마트폰의 왼쪽이나 오른쪽을 두드리기만 하면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동작 인식 특성상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기능이 실행돼 오히려 불편을 줄 수 있다 점이 기획 초기부터 담당자들을 괴롭힌 큰 숙제였다. 다양한 움직임 중에서 어떤 것만 잡아낼지도 고민이었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행동을 검증하고 실험하느라 제스처 UI를 만드는 데 6개월 이상이 걸렸다.

갤럭시S2의 ‘모션 UI’도 화제다. 화면에 손을 올린 채 몸으로 가까이 가져오면 확대, 밀어내면 작아지는 기능이다. 모션 UI도 음악을 듣다 스마트폰을 뒤집으면 일시정지가 되고 전화벨이 울릴 때 뒤집으면 무음(無音)모드가 된다. HTC는 시끄럽게 울리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면 벨소리가 자동으로 작아지는 기능을 넣기도 했다.

○ 위젯을 내 맘대로 꾸민다


삼성전자는 증권 날씨 액자 같은 ‘위젯’을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인 ‘라이브패널’을 선보였다. 위젯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아도 아이콘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라이브패널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잡지
처럼 꾸밀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증권 날씨 액자 같은 ‘위젯’을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구성할 수 있는 기능인 ‘라이브패널’을 선보였다. 위젯은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지 않아도 아이콘에서 그 내용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라이브패널을 이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잡지 처럼 꾸밀 수 있다. 삼성전자 제공
위젯은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지 않아도 아이콘 화면 내에서 날씨나 e메일, 뉴스, 달력, 메모 등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응용프로그램을 말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특징으로 꼽힌다. 굳이 뉴스 앱을 누르지 않아도 저절로 뉴스 속보가 뜨기 때문이다.

요즘 안드로이드 UI들은 위젯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갤럭시S2의 ‘라이브패널‘을 쓰면 증권 날씨 액자 등 7개 위젯을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즈에 맞게 배치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을 잡지처럼 꾸밀 수 있는 셈이다.

HTC의 ‘센스 UI’에는 맞춤형 ‘액티브 록스크린(Active lockscreen)’ 기능이 있다. 예전에는 단순히 껐다 켰다만 할 수 있는 화면이었지만 여기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데이트, 사진, 날씨, 주식 등 중요한 정보와 콘텐츠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스마트폰 홈페이지로 가지 않아도 정보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화면을 켜자마자 전화 걸기, 메일 작성, 사진 촬영 등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 밖에 전화가 왔을 때 상대방의 이름과 전화번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페이스북 사진과 글도 함께 보여주는 서비스도 만들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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