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얘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몬다.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 회장은 “한중일 인터넷회사들이 아시아 각지로 뻗어나가도록 돕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른바 ‘오리엔트 특급’ 프로젝트로 한국 벤처회사들에 대한 지원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이 한국 기자들 앞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1년 만이다. 그런 그가 이날 1시간 50분 동안 소프트뱅크의 30년 미래 비전을 토로한 것은 오리엔트 특급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한국에 소프트뱅크를 더 알리고, 한국 기업들도 오리엔트 특급열차에 태우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를 통해 2000년부터 국내 127개 회사에 약 3000억 원을 투자하고 있다.
재일교포 3세로 태어나 가난을 이겨내고 일본의 대표적인 인터넷·통신회사를 창업한 손 회장은 철저하게 계획대로 움직인다. 열아홉에 짠 인생 계획표를 지금껏 지키고 있을 정도다. ‘40대에는 일생일대 승부를 걸겠다’는 어릴 적 계획대로 49세이던 2006년, 기울어가던 통신사 ‘보다폰저팬’을 인수했다. 일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 엔(약 27조 원)을 썼다. 손 회장은 “당시 모두 실패할 것으로 봤지만 결국 소프트뱅크가 일본 영업이익 3위로 올라서는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혁명이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는 철학으로 30년을 달려왔다. 요즘 그의 철학에는 ‘지속가능한’이란 말이 붙는다. 손 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인생관을 크게 흔들었다”며 “정보혁명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위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최근 ‘자연에너지’ 전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오전에도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에 참석해 기조연설한 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해 에너지를 주제로 1시간 가까이 환담했다. 그는 “1997년 한국에 와서 청와대 방문 당시 방명록에 3번 연속 ‘브로드밴드(초고속인터넷)’라고 써 정보기술(IT) 투자를 강하게 건의했는데, 이번에는 ‘Renewable(재생 가능한)’이란 단어를 3번 반복해 썼다”며 재생가능 에너지 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자신이 추진 중인 ‘고비테크 프로젝트(고비사막에서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뒤 “한중일 3국이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재생 에너지 확산을 위해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은 능동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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