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트렌드세터 기생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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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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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기녀 삶 속의 신상품’ 이색 강의

기생들은 조선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트렌드세터’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 역할을 맡은 배우 송혜교 씨. 동아일보DB
기생들은 조선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트렌드세터’로,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 역할을 맡은 배우 송혜교 씨. 동아일보DB
“변비로 고생을 많이 했던 기생들은 아침 식사로 단팥죽을 먹었습니다. 팥은 불필요한 수분을 배출시켜 배변을 돕고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포만감을 줘 과식을 막아주는 기능도 있고요.”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LG생활건강 본사 대강당에 모인 이 회사 직원 400여 명은 신현규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의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강의 주제는 ‘조선시대 트렌드세터, 기녀를 말하다’.

LG생활건강은 새로운 시각과 통찰력을 갖자는 취지로 올해부터 이색강의를 마련됐다. 첫 번째로, 3월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미래 예측에 대해 강의한 후 이번이 두 번째다. 이 회사는 트렌드에 민감한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제품을 만들고 있는 만큼 직원들이 참신한 시각을 갖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 교수는 조선시대 문헌을 연구하고 생존한 기생들을 인터뷰해 책을 낸 기생 연구 전문가. 그에 따르면 기생들은 당시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이른바 ‘트렌드세터’(trendsetter·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였다. 기생들은 패션에서 앞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신(新)문물도 빠르게 받아들였다. 개화기 때 처음으로 단발머리를 한 여성도 기생인 강향란이었다. 맥주가 등장한 이후 기생들은 술상에서 손님 옷에 얼룩이 묻으면 김빠진 맥주로 얼룩을 제거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기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담배를 즐기던 기생들은 파래를 먹어 니코틴을 중화했다. 이 점에 주목하면 애연가를 겨냥해 파래 성분으로 만든 음료를 개발할 수 있다. 명창(名唱)으로 대접받던 ‘소리 기생’은 목을 관리하기 위해 무를 꿀이나 물엿에 절여 먹었다. 신 교수는 “가수처럼 목을 많이 쓰는 사람을 위해 목을 보호하는 음료를 만들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하루에도 여러 번 공연을 해야 해 근육이 항상 뭉쳐 있었던 기생들은 온수 찜질로 근육을 풀어줬다. 기생들은 생활용품이나 화장품에도 천연재료를 자유자재로 활용했다. 삼나무 껍질을 활용해 생리대를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삼나무 껍질에는 천연항균 물질로 생리통을 완화해 주는 피톤치드가 들어 있다. 기생들은 삼나무 껍질을 빻아 만든 가루를 순면천에 넣어서 생리대로 사용했다. 갖꽃 열매를 빻아 립스틱처럼 입술에 바르기도 했다. 신 교수는 “기생들이 자연 성분을 활용한 방법을 살펴보면 각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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