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품 받는 맛에… 백화점 몰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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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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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 제휴품 등장… ‘사은품 청문회’까지 열려

지난달 29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5만 원 이상 구매고객을 위해 사은품으로 준비된 ‘오일릴리 피크닉백’을 받으려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본점에 배정된 물량 1000개가 이날 모두 동이 났다. 고객 김성숙 씨(50)는 “요새 백화점 사은품이 웬만한 신상품보다 품질도 좋고 희소성도 있다”며 “우편전단(DM)의 사은품이 맘에 들어 일부러 쇼핑을 왔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의 사은품 경쟁이 치열하다. ‘제2의 사은품 전성기’라는 말도 나온다. 단순한 생활용품을 넘어 유명 브랜드나 디자이너와 제휴협력 계약을 해 특별히 제작한 특화 사은품도 늘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 백화점들은 샴푸나 냄비 등 생활용품 중심의 사은품을 내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2001년경부터 고객들의 소득 수준과 안목이 높아지면서 사은품 품질에 대한 불만이 늘었고 불량 사은품의 리콜이 잇따랐다.

○ 전담 바이어에 청문회까지


현대백화점 하병호 사장은 지난해 20년 단골인 한 고객이 “요즘 백화점들이 사은품 대신 상품권만 주는데 예전에 사은품을 받으려고 길게 줄서던 시절이 그립다”고 하자 ‘아차’ 싶었다. 상품권은 재구매 효과가 있지만 고객과 백화점 특색을 살려 지속적인 소통을 하기에는 미흡했다. 하 사장은 올해 초 경영전략회의에서 “백화점을 떠나서도 고객들이 어디서건 현대백화점을 기억할 수 있는 사은품을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현대백화점은 자회사인 기업판촉물 전문회사 H&S에 사은품 전담 바이어 3명을 두고 매달 평균 1000여 품목을 점검하고 있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사은품 청문회’도 올 초부터 매달 연다. 단골이나 유통업계 근무 경험이 있는 고객을 점포별로 10명 정도 선발해 후보 사은품을 꼼꼼히 점검하는 것. 청문회에서는 ‘달고나 세트’에 대해 “아이들이 만들어 먹다 보면 화재 염려는 없나”, 반찬용기는 “열 때 힘이 너무 많이 든다”는 등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고객들의 의견은 사은품 선정 및 개선에 즉각 반영됐다.

○ 키스 헤링, 제프 쿤스도 사은품으로


유명 브랜드나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와 제휴한 사은품이 느는 것도 최근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미국의 유명 아티스트 ‘키스 헤링’의 작품이 담긴 에코백을 사은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소노비 브랜드와 연계한 ‘시리즈 사은품’을 개발해 세일 기간 1주차에는 비치백, 2주차에는 크로스백, 3주차에는 캐리어백을 줘 모두 모으면 바캉스가방 풀세트를 갖출 수 있게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제프 쿤스의 작품 ‘세이트리드 하트’ 이미지가 담긴 패션백을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신세계는 아티스트인 앤 에드워즈와 연중 제휴협력 계약을 하고 1, 4, 7, 10월 세일 기간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사은품을 제작해 나눠주고 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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