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사냥꾼 타깃 ‘아몰레드’ 방어 비상”

  • Array
  • 입력 2011년 5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LCD소송 승소 법무팀 3인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아몰레드 특허 기술을 지키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법무팀 박영서 사원, 홍성진 선임, 김선영 사원(왼쪽부터). 글로벌 기업의 특허 공격을 방어하고, 자사 기술을 특허로 만드는 일을 맡은 이들은 “24시간 긴장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공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의 아몰레드 특허 기술을 지키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법무팀 박영서 사원, 홍성진 선임, 김선영 사원(왼쪽부터). 글로벌 기업의 특허 공격을 방어하고, 자사 기술을 특허로 만드는 일을 맡은 이들은 “24시간 긴장 상태”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제공
“특허소송은 끝까지 가볼 기회가 적은데… 짜릿했어요.”

홍성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법무팀 선임은 최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미국 허니웰과 6년을 끌어 온 액정표시장치(LCD) 관련 특허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기 때문이다. 홍 선임은 “특허소송은 결국 중간에 합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이번 건처럼 끝까지 가서 이기는 일은 평생 한두 번 겪을 만한 일”이라며 “요즘은 부당한 특허 공격에 강력히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허니웰은 2004년 전 세계 30여 개 주요 LCD 업체들에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업체들은 소송을 피해 허니웰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삼성은 부당하다며 끝까지 가기로 했다. 결국 지난달 미 연방항소법원은 2심에서도 삼성의 손을 들어주고, 허니웰은 항소를 포기했다.

이 같은 글로벌 특허 전쟁의 뒤에는 책상에 법전을 쌓아놓고 영어 문구 하나에 실수라도 할까 꼼꼼히 살펴보는 법무팀 실무진이 있다. 이들은 회사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외부의 공격에 대응하고, 자사 기술을 발 빠르게 특허 출원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 “24시간 방어태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2에 들어가는 ‘슈퍼아몰레드플러스’. SMD가 개발한 이 작은 아몰레드 화면에는 특허 수천 개가 숨어 있다. 그래서 SMD 법무팀은 늘 바쁘다. 아몰레드는 SMD 외에 대량생산하고 있는 곳이 드물어 특허 사냥꾼들의 타깃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홍 선임은 “특히 기술은 있지만 제조업의 주류에서 밀려난 회사들이 특허 분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며 “제조업의 주류가 된 국내 기업들은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특허 대응은 강력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의 특허 소송 제기에 맞소송으로 대응했고, 서울반도체도 필립스와 발광다이오드(LED) 관련 특허 침해를 이유로 맞소송 중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특허 사냥꾼에게 모르고 당하던 국내 기업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회사 개발자들의 ‘발명’을 발 빠르게 특허 출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공대와 미대를 나온 독특한 이력의 2년차 김선영 사원은 자사 엔지니어들의 특허를 출원해주는 일을 맡고 있다. 가끔 “왜 내 발명이 특허가 안 된다는 거냐”는 회사 내 대선배들의 호령도 듣지만 ‘깨알 같은’ 분석 보고서를 외워가며 설득한다.

○ 책상마다 쌓인 책…‘과외공부’는 기본


계약 업무를 주로 맡는 박영서 사원은 밤이 되면 방송통신대 법대 3학년이 된다. 웬만한 기술 트렌드와 국내외 법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작은 실수가 자칫 미래에 회사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기에 늘 5∼10년 후를 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씨도 엔지니어들과 세세한 기술을 논하기 위해 남는 시간마다 ‘기술고시’ 수험 동영상을 챙겨 본다. 김 씨는 “아무리 좋은 발명도 특허의 요건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며 “그럴 때 특허 담당자가 아이디어를 내 기술을 다시 설계하며 어떻게든 특허로 만드는 것을 ‘해피 설계’라고 한다. 언젠가 이 해피 설계를 해내고 싶어 공부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선임은 “지금은 방어에 급급한 면이 있지만 앞으로 우리 기술을 침해한 곳을 찾아내 적극적으로 공격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