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民官 수장들 ‘PF-카드 격론’

  • 동아일보

■ 18일 간담회 말말말…

“4대 금융지주회사 계열 카드사들이 이런 식으로 경쟁하면 카드대란이 다시 온다.” “정부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을 이익이 나는 구조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적자금 투입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과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의 조찬간담회는 금융당국 수장(首長)들의 일방적 ‘쓴소리’로 진행된 것이 아니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참석했다. 뒤늦게 드러난 이들의 발언을 보면 카드 과당경쟁과 PF 대출 부실화 문제의 원인을 놓고 격론이 오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강 회장의 ‘가시 돋친’ 말이 많았다.

포문은 김 위원장이 열었다. 그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PF 사업장을 점검해 전망이 있는 곳은 일시적 어려움이 없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장들이 공감하면서 분위기는 대체로 훈훈했다. 하지만 화제가 카드 시장의 과당경쟁 문제에 이르자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카드 자회사가 없는 산은금융의 강 회장은 “카드사들이 저축은행의 영업기반을 빼앗고 있다”며 “카드론 같은 고리대금업을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한 회장을 향해 “지난해 2조 원의 이익을 냈다던데 그 가운데 1조 원이 카드에서 나온 것이라면서요?”라고 물었다. 이어 어 회장을 향해서는 “카드업을 강화하려 한다는데 왜 그러느냐”고 캐물었다. 어 회장은 “우리 회사는 오히려 카드 부문 점유율이 줄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카드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카드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난해 말 현재 경제활동인구 한 명당 보유 카드가 평균 4.8장으로 카드대란 직전인 2002년의 4.6장을 넘어서는 등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PF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나왔다. PF 부실 문제를 은행권에 떠넘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금융당국의 최근 행보에 대해 “공적자금 투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이 핵심적인 몫을 하는 만큼 현안이 생기면 의견을 나누는 기회를 자주 갖자”며 마무리했지만 회장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가계부채, 카드 경쟁, PF 부실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에 대해 각각 이해관계가 다른 금융지주사들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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