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벤처 거품? 다르니 通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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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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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앱 개발사 ‘포도트리’ 아이패드용 인물 학습만화, 아이폰용 영어단어 앱 출시
입소문만으로 유료 앱 상위권 “시장규모 키워 싼값으로 수익” 선투자 사업진행도 남달라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가 다산북스의 인기 위인전 만화시리즈를 아이패드용 전자책으로 개발한 ‘who?’ 앱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도트리 제공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가 다산북스의 인기 위인전 만화시리즈를 아이패드용 전자책으로 개발한 ‘who?’ 앱을 들어 보이고 있다. 포도트리 제공
28일 오전 3시. 애플 앱스토어에 아이폰용 앱(응용프로그램) ‘Super 0.99 Vocab 30k’와 아이패드용 ‘who?’라는 새 앱이 올라왔다. 하루에도 1000개 이상의 신규 앱이 올라오는 곳이지만 이 둘은 좀 특별했다.

‘Vocab 30k’는 영어단어 앱이었다. 이름도 알쏭달쏭했는데도 출근 시간인 오전 9시경 아이폰용 유료 앱 전체 순위에서 19위에 오르더니 11시경 9위, 오후 3시에는 4위까지 올랐다. ‘who?’는 다산북스가 출판하는 같은 이름의 세계인물학습만화 시리즈를 아이패드용 전자책으로 만든 것으로, 아이패드용 유료 앱 전체 3위를 차지했다. 광고도 없었고, 이벤트도 없었다. 입소문만으로 이뤄진 일이었다. 두 앱을 만든 곳은 포도트리라는 벤처기업이었다.

최근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면서 스마트폰 사업을 벌이는 벤처기업의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무모한 창업도 많다. 하지만 포도트리는 독특했다.

우선 목표가 달랐다. 이진수 포도트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제품을 개발해 ‘세계 1위의 앱 개발회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앱스토어에서 작심하고 1위 한번 해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셈이다.

이런 목표로 만든 것이 이날 판매를 시작한 ‘Vocab 30k’였다. 3만 단어 이상의 영어 단어를 단어장처럼 만들어 퀴즈 형식으로 외울 수 있게 했고 1년 전부터 영어 원어민을 채용해 발음도 녹음했다. 토익과 토플, GRE 등 주요 영어시험에 나오는 단어를 모두 포함했는데도 가격이 0.99달러(약 1110원)다. 이 앱을 구입한 사용자들은 “50달러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가격”이라며 만점에 가까운 평가를 줬다.

너무 싼값이라 장사가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 대표는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서도 판매하면 시장규모가 훨씬 커져 싼값에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에서 알아서 홍보도 해주고 유통망도 열어준 셈이니 마케팅 비용 걱정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앱은 4월에 일본, 5월에 중국에서 판매가 시작된다.

먼저 투자를 받고 사업을 진행한 것도 달랐다. 포도트리의 자본금은 약 47억 원. 이 가운데 30억 원을 MVP창업투자로부터 받았고 NHN의 창업자 가운데 한 명인 김범수 씨가 약 8억 원, 이진수 대표를 비롯한 창업멤버들이 나머지 9억 원 정도를 출자했다. 충분한 사업 자금을 확보한 덕분에 다산북스 같은 파트너를 미리 확보할 수 있었고 제품의 완성도를 충분히 높일 만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이후에도 ‘오즈의 마법사’와 같은 고전을 전자 동화책으로 재구성하거나 스마트폰용 애완동물 게임 등 다양한 앱을 만들 계획이다. 골방에서 한두 명이 머리를 맞대고 주먹구구로 사업을 벌이는 대신 투자자의 조언이 경영에 반영된 결과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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