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새 회장에 내정됐습니다. 허 회장은 24일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2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입니다. 조석래 회장이 지난해 7월 사의를 밝힌 뒤 7개월이나 차기 회장을 못 구해 난항을 겪던 전경련이 다시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63세인 허 회장은 재계 서열 7위인 GS그룹 총수로 2009년 2월부터 전경련 부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는 당초 "경제단체 활동 경력이 짧아 부담스럽다"며 고사했지만 전경련 회장단과 경제계 원로들이 적극 추대해 회장 직을 수락했습니다. 10대 그룹 내 총수가 전경련 수장(首長)이 된 것은 1999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이후 12년 만에 처음입니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 즉 경단련 회장은 오랫동안 '재계의 총리대신'으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등 명실상부한 재계 실력자들이 전경련 회장을 거쳤습니다. 김우중 회장 이후 삼성 등 주요 그룹 총수가 이런저런 이유로 이 자리를 기피하면서 과거보다 위상이 다소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경련이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한국의 양대 경제단체이고, 우리 경제에 영향이 큰 대기업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중이 큽니다.
'허창수 전경련호(號) 앞에는 적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좌파정권 때보다는 기업하는 여건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최근 물가 잡기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태도에서 드러났듯 한국은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강합니다. 허 회장과 전경련은 필요하다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전경련이 지나친 '기업 이기주의'로 흘러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일부 기업 및 기업인의 불법 탈법까지 감싸는 일은 금물입니다.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재계가 강조하는 시장주의에도 어긋나는 일입니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킨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열린사회의 적'들에 맞서는 '자유의 전사(戰士)'들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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