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태광 경영진, 차명계좌 허위진술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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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금감원 조사때 명의도용 직원들 입막음공정위, 500억대 골프장 회원권 구입과정 조사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박명석 대한화섬 대표이사(61)가 차명계좌로 명의를 도용당한 직원들이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자 비자금의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짜맞추기 진술’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광산업 전 직원 A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2007년 금감원이 ‘태광그룹 오너 일가의 쌍용화재 인수 전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할 때 박 대표 등 경영진이 차명계좌 명의자인 직원들의 입을 막고 말을 맞추기 위해 회유와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박 대표의 비자금 은폐 시도를 뒷받침할 녹취록 등의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2007년 자신의 명의로 K증권에 개설된 계좌에 19억 원이 들어 있는 사실을 알고 회사 측과 갈등을 빚어 퇴사했다.

▶본보 16일자 A1면 참조 태광그룹 前직원 비자금 폭로

검찰은 A 씨뿐만 아니라 태광그룹 비자금 차명계좌 명의자인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을 차례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또 검찰은 이날 이 회장이 흥국생명 보험설계사들의 명의로 보험계좌를 만들어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흥국생명 해직자 복직투쟁위원회’ 이형철 대표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2007∼2008년 태광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 때 비자금을 적발하고도 추징금 790억 원만 부과하고 고발하지 않은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 등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보험계열사들이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것이 계열사 간 부당지원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8년 6월 흥국생명은 동림관광개발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일대에 짓고 있는 동림CC 회원권 10계좌를 220억 원에 샀다. 2005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낸 흥국화재도 올해 8월 이 골프장 회원권 12계좌를 312억 원에 사들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9월부터 태광그룹 계열사 10곳과 비계열사 5곳을 조사해 거의 마무리됐으며 위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동영상=국세청장,태광 세무조사 검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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