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300곳 20조 지원 ‘히든챔프’로 키운다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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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입銀, 中企CEO 간담회
“진정한 상생(相生)을 위해선 중소기업 스스로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 세계 챔피언을 꿈꾸는 중소기업인 31명이 모였다. 이들은 6월 말 수출입은행이 ‘히든챔피언’ 육성 대상으로 선정한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 히든챔피언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수출입은행은 2019년까지 300개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20조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 참여한 중소기업 CEO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전략, 고용 미스매치(불일치) 등 최근 중소기업이 맞닥뜨린 현안에 대해 토론을 했다.

○ 대·중소기업 상생, 기대 속 우려


간담회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방안이 먼저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상생 화두를 던진 뒤 대기업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상생 방안에 대해 중소기업 CEO들은 기대와 함께 조심스러운 우려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선 납품 구조 개선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기업이 정해진 기간 안에 성과를 내려면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인 상황에서 납품단가를 정하는 구조를 다루지 않는 상생 방안은 공염불이 될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기업 CEO는 “협력업체 가운데 이익을 가장 많이 내는 회사로 지목되면 대기업은 원가절감의 칼날을 들이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기업들이 1년 단위 성과목표 달성에 치중하는 상황에서는 납품업체를 원가절감의 대상으로 보는 관행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성장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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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미스매치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하는 중소기업인도 많았다. 심각한 청년실업에도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심각해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 한 레저용품 제조회사 CEO는 “필리핀에 공장을 두고 있다 보니 인재 채용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인재 경영이 중요하다지만 중소기업에는 아직 먼 얘기”라고 말했다.

○ 세계 챔피언 되겠다는 각오 필요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CEO들은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경영전략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국내 대기업 납품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 해외 진출로 거래처를 다양화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전자기기업체 대표는 “중소기업이 해외기업과 탄탄한 거래 관계를 구축한다면 국내 대기업과의 잘못된 거래 관행도 개선될 것”며 “중소기업이 먼저 각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기기업체 대표도 “대기업의 도움에 기대기보다는 중소기업이 스스로 살 수 있는 차별화된 기술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알짜’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높은 생산기술을 갖춘 한국의 중소기업이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중소기업을 인수하면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수출입은행의 김동수 은행장은 “10년간 매년 중소기업 100곳을 뽑아 이 중 30% 이상을 히든챔피언으로 성장시키겠다”며 “정부유관기관은 물론이고 대기업과의 협조체제를 통해 금융·비금융 분야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영한 부행장도 “1년 뒤 평가를 거쳐 자체적인 노력이 부족한 회사는 히든챔피언 지원 기업에서 과감히 제외할 것”이라며 “국가경제의 중추가 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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