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관세’에 치여… 위기의 가구 산업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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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구거리에 전시된 가구의 절반 이상은 수입 가구다. 가구거리에서 가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 씨는 “가구의 70∼80%를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들여온다”며 “소비자들이 품질을 따져 제품을 고르면 좋은 물건을 갖다놓고 팔 수 있는데, 대체로 가격을 보고 고르기 때문에 외국산을 가져다 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식탁 등 일부 품목은 국산 제품이 2배 이상 비싸 가격 경쟁력에서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품질로 따지면 국산이 자재도 좋고 마감도 뛰어난데, 인터넷 등에서도 가격 위주로 판매가 되다 보니 양질의 물건을 만들어낼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가구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 베트남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지만 국내 가구업계는 ‘역관세’로 고전하며 시장을 내주고 있다.

○ 수입 증가 속도 수출의 2배


국내 가구산업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흑자산업이었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중국 베트남 등의 가구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며 수입이 급증했다. 2000년 2억2155만 달러(약 2617억 원)이던 가구 수입액은 지난해 10억966만 달러로 45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국내 기업들의 가구 수출은 26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구 부문의 무역수지 적자도 갈수록 심화돼 지난해 5억 달러 정도 적자가 났다. 2005년 9.7%이던 수입 가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07년 15.5%를 정점으로 약간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13.1%로 전체적으로는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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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구산업협회 홍병기 전무는 “가구산업은 사람을 많이 투입하는 업종”이라며 “수입이 늘어난다는 것은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된다는 것이고, 이는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 가구는 후진국 산업?


현재 국내 가구산업은 내수 중심의 소기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체 수로는 제조업의 2.2%를 차지하지만 생산액은 0.7%, 수출액 0.1%에 불과하다. 10인 미만의 소규모 업체 비율이 86.9%에 이를 만큼 영세 규모 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중국 베트남 등의 저가 가구 공세나 환율,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대기업보다는 소규모 업체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가구 대기업도 세계 주요 가구업체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2008년 매출액은 43조 원에 이르러 국내 1위 업체의 100배를 넘었다.

홍 전무는 “일부에서 가구를 후진국 산업으로 보기도 하는데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도 가구산업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우리 가구산업은 디자인이나 가공 능력 등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어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훌륭한 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가구업계, 역관세 어려움 호소


일반적으로 원자재의 관세율은 낮고 완제품의 관세율은 높다. 하지만 가구산업의 경우 주요 원자재인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의 관세는 최고 15.67%(기본관세 8%+덤핑방지관세 7.67%)에 달한다. 반면 완제품의 관세는 대부분 0%이기 때문에 국내 가구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최근 경규한 가구산업협회장(리바트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관세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 회장은 “국내 가구업체는 원자재를 구입하면 세금만 최고 15.67%를 내야 하는 반면에 수입 가구 대다수는 기본관세마저 없어 경쟁이 어렵다”며 “현재 8%인 기본관세를 절반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했고 지난해부터 태국, 말레이시아산 PB에 부과돼 온 덤핑방지관세 부과 중지를 위해 재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국내 PB업체 모임인 한국합판보드협회는 관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정하현 합판보드협회 이사는 “PB산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은 국내보다 PB 가격이 20% 정도 높다”며 “가구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PB산업이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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