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즐기는 ‘싱싱한 굴’ 매출 효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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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에버, 산란 억제 품종 개발
백화점 납품 성과 올려

금 배-금 쌀-토종닭 등
프리미 엄 식품으로 인기

“방금 딴 굴입니다. 한번 맛보세요.”

8일 충남 서천군에 본사를 둔 중소기업 ㈜씨에버. 이 회사 이치헌 부장이 어른 주먹만 한 굴 껍데기를 칼로 쓱 열어 그 자리에서 건넸다. 후루룩 빨아들이자 상쾌하고 고소한 맛이 바다 향기와 함께 목을 타고 넘어갔다. 약간 ‘미지근한’ 것만 빼면 겨울에 먹는 굴과 다름없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새로 딴 굴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 여름에도 먹는 ‘신선한’ 굴


씨에버는 굴과 피조개, 김 등 해산물 양식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여름을 포함한 사시사철 굴을 양식해 출시하고 있다. 원래 굴은 영어로 알파벳 ‘R’가 들어가지 않는 달(5∼8월·May, June, July, August)에는 먹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여름철에는 기피하는 식품이다. 여름철은 굴의 산란기인데 알을 품은 굴은 상하기 쉽고 맛도 좋지 않아 식품으로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씨에버가 10년 이상의 연구 끝에 산란을 억제하는 굴 품종을 개발한 것은 여름 굴의 상품 가치를 밝게 보았기 때문이다. 산란을 억제하는 굴 종자 연구와 품종 개량에만 수억 원을 투자했다는 것이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씨에버는 충남 태안군과 서천군 지역에 굴 양식장을 두고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에 들어갔다. ‘오솔레’라는 브랜드로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등에 납품해오다 올해부터는 생산량을 늘려 백화점에도 납품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점포에서 16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권민승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 바이어는 “이 굴의 가격은 100g당 1238원 수준으로 일반 굴(100g당 350원)보다 비싸지만 여름철 굴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판매는 순조로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씨에버의 ‘역발상’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이 회사는 올해는 4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씨에버 전상덕 상무는 “2, 3년 전 대량으로 뿌린 종패(種貝)가 다 자라 수확하는 내년에는 150억 원가량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발상전환 제품들 속속 내놔

‘여름 굴’처럼 최근 백화점 업계에는 발상을 전환하거나 부가가치를 높인 프리미엄 신선식품이 대거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름 굴과 함께 ‘동물 복지’ 원칙에 따라 키운 토종닭도 판매한다. 기존 밀집 사육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 채광이 되는 충분한 사육 공간을 주고 무항생제 사료로 키운 ‘프리미엄 닭’이다.

현대백화점은 ‘금(金)’ 농산물로 소비자의 지갑을 겨냥했다. 순도 99.99%의 금을 전기분해해 2나노(땀구멍의 100분의 1 크기) 이하로 쪼개 물에 녹이는 ‘금 유기화 기술’로 재배한 농산물이다. 현대백화점은 경기 여주군과 ‘대왕님표 여주 금쌀’의 생산, 유통, 판매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올해 수확하는 금쌀 4만 kg(2kg포장 2만 개)을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일 때 가격은 보통 쌀에 비해 4배가량 비싼 2만2000원(2kg)이었지만 사흘 만에 준비한 2000개가 동났다. 이 밖에도 이 백화점은 ‘금 사과’ ‘금 배’ ‘금 딸기’ 등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추석을 앞두고 토종 한우인 ‘칡소’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에 등장하는 ‘얼룩배기 황소’나 박목월의 동요 ‘송아지’에 나오는 ‘얼룩송아지’가 바로 ‘칡소’다. 한우 가운데 육질이 가장 부드러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은 사육하는 마릿수가 워낙 적어 보통 한우보다 가격이 30% 정도 비싸다.

서천=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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