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기자의 That’s IT] 톡톡 튀는 모바일 시대, 당신의 음악 감상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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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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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음악을 아이폰과 아이폰을 살 때 따라온 번들 이어폰으로만 듣던 제게 얼마 전 같은 팀 김범석 기자가 새 이어폰을 선물했습니다. ‘소리가 다르다’면서요. 김 기자는 음악기자 출신이라 음질에 민감합니다. 전 음질 같은 건 신경 안 쓰는 이른바 ‘막귀’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김 기자가 준 이어폰을 쓰면서도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출근길에 이어폰을 바꿔 꽂았더니 새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상쾌한 초여름 아침 출근길에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가 흘러나오자 제목 뜻 그대로 ‘인생 참 괜찮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같은 노래가 다른 감동을 주자 도대체 그동안 제가 얼마나 음질을 무시하며 살아왔나 싶었습니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뒤부터입니다. MP3 음악파일 자체가 CD보다 음질이 낮기 때문에 이어폰은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였죠. 하지만 제가 틀렸습니다. 최근에는 MP3 음악파일의 품질이 높아져 이어폰이 많은 걸 바꿉니다.

생각해보면 음악을 듣는 법도 달라졌습니다. 음반 하나에 책 한 권 값을 내던 예전과는 달리 MP3 파일은 값이 싸서 한번에 수백 곡을 들고 다니게 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MP3플레이어를 ‘임의재생’ 모드에 두고 계속해서 무작위로 선택되는 ‘우연의 음악’을 즐깁니다.

그러자 이 새로운 음악감상 문화는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삶도 바꿨습니다. 예전처럼 스튜디오의 느낌, 공연 현장의 느낌을 좋은 음질로 들려주려 하기보다 음악사이트에서 무료로 ‘미리 듣기’를 제공하는 첫 1분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절정 부분을 곡 서두로 옮겨오는 식의 음악 외적인 장치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거죠.

이와 함께 곡의 음량도 전반적으로 커졌습니다. 최근 몇년간 무작위로 노래를 듣는 소비자의 귀를 끌기 위해 음량을 ‘적어도 다른 곡보다 적지는 않게’ 만들다가 음량이 서서히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입니다. 음반업체 도레미미디어의 유진오 사장은 “최근 수년 동안 MP3 음악파일의 음량이 늘어나 5, 6년 전 노래와는 차이가 난다”며 “결국 수년 전 만든 MP3 음악파일의 볼륨을 최근 대부분 다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년 동안 래퍼 닥터드레가 만든 ‘비츠 바이 드레’라는 헤드폰이 100만 개 넘게 팔렸다고 합니다. 비싼 건 350달러(약 41만 원)나 하는 헤드폰인데도 인기였던 거죠. 이 제품을 만든 닥터 드레와 프로듀서 지미 아이오빈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헤드폰은 더 좋은 음질의 음악을 듣는 감동을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MP3의 한계를 벗어날 새로운 음악기술의 확산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더 좋은 음질의 음악을 더 진지하게 듣는 경험을 다시 가능하게 해줬으면 합니다.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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