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장기 표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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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인수 의향 접었다”
한화 “다시 나서지 않겠다”
유력 인수후보 한발씩 빼

한화그룹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에서 한발 빼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대우조선 매각작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정준양 회장은 16일 철강협회가 주최한 철강사랑 마라톤 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 회장의 이날 발언은 “대우조선이 매물로 나오면 검토해 보겠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포스코 수장(首長)의 검토 부인 발언에 따라 대우조선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하나도 없게 됐다.

대우조선 인수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한화의 김승연 회장도 최근 “대우조선 인수전에 다시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화는 2008년 12월 대우조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이후 불어 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화가 다시 대우조선 인수전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런 관측에 대해 김 회장이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인 대우조선이 ‘찬밥’ 신세가 된 것은 향후 조선 시황 전망이 좋지 않은 탓이 크다. 대우조선이 2008년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가격이 7조 원까지 뛰었지만 지금은 주가 하락과 조선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3조 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이 한창 때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 가격에도 인수할 능력을 가진 국내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선업이 당분간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단기 전망과 중국이 급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조선산업에서 한국이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장기 전망이 모두 부정적인 점이 대우조선의 장기 표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해서웨이 측도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에 부정적인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경화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던 매각작업이 하반기로 늦춰질 것 같다”며 “회사 자체가 건실하기 때문에 가격이 좀 더 떨어지면 인수전에 뛰어드는 기업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포스코도 지금은 대우인터내셔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여서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여전히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라고 덧붙였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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