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창업 일본에선…이런 아이템들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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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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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일본 시니어 창업 시장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식물을 빌려주는 ‘그린렌털’ 사업(위), 버려진 자전거를 거둬들인 후 보수·대여하는 사업(가운데), 싱글 가정에 매끼 식사를 배달해 주는 사업 등이 인기다. 사진 출처 각 회사 홈페이지
최근 수년간 일본 시니어 창업 시장의 화두는 ‘친환경’이다. 식물을 빌려주는 ‘그린렌털’ 사업(위), 버려진 자전거를 거둬들인 후 보수·대여하는 사업(가운데), 싱글 가정에 매끼 식사를 배달해 주는 사업 등이 인기다. 사진 출처 각 회사 홈페이지

《한국보다 앞서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시니어 창업시장이 체계적으로 형성돼 있고 규모나 운용 방식도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업종도 기본 창업아이템인 외식업에서부터 청소대행업까지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수년간 일본 시니어 창업 시장의 화두는 ‘친환경’, ‘로하스(LOHAS·건강하고 친환경적인 생활양식)’다. 일본 중장년층은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는 ‘산책 문화’와 자전거 타기 등 친환경적인 생활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은퇴 후 창업시장에서도 이 같은 삶의 양식을 이어나갈 수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녹색’을 주목하라]식물 대여업체 ‘그린포켓’ 가맹점 해약률 단 1%

○ ‘녹색(綠)’을 빌려드립니다


‘그린포켓(グリ-ンポケット·www.green-pocket.biz)’은 관상용 식물을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공기를 맑게 하는 기능이 있어 친환경적 창업 아이템이라 할 만하다.

소비자가 전화나 e메일로 대여 의사를 밝히면 그린포켓이 직접 소비자를 찾아가 원하는 레이아웃(위치 배열)과 빌리려는 식물의 수량, 예산 등을 확인한 후 최적의 계획을 짜 견적서를 제시한다. 소비자가 대여 여부를 결정한 후 최종적으로 신청하면 식물 대여 서비스가 개시된다.

관엽식물을 대여하는 것 외에 정기적으로 식물의 종류를 바꿔주거나 식물이 제대로 자라는지 봐주고 화분 보수 등 사후 서비스도 함께 해준다. 건물이나 가게에 짧은 기간 식물을 배치해야 할 필요가 있거나 관상용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소비자에게 인기다.

그린포켓은 경영 가치로 △질 좋은 식물 △밝고 건강한 인사 △고객과의 대화 △발 빠른 대처 △청결하고 깨끗한 작업을 내세워 친환경, 로하스 기업임을 강조한다.

그린포켓의 경쟁력은 수익성과 안전성, 친환경성이다. 한국창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그린포켓의 영업이익률은 60% 이상, 가맹점 재계약률 98%, 해약률 1%이다. 연구소 측은 “일본에서는 ‘그린 렌털(Green Rental)’ 사업이 30여 년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기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매뉴얼화해 누구나 간단하게 창업할 수 있도록 전국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년층의 창업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두바퀴’를 살려라]거리 방치된 폐자전거 수리후 대여-재판매 인기

○ 버려진 자전거 수리와 대여·판매


자전거는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동수단이다. 다섯 살 어린이부터 70대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애용하는 생활필수품이다. 일본의 자전거는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해 해마다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고가의 자전거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자전거 붐으로 인한 부작용도 생겼다. 고장 난 자전거를 거리에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가 많아진 것. ‘에코자전거(エコチャリ·www.ecochari-fc.com)’는 이렇게 방치된 자전거를 거두어 수리한 뒤 대여하거나 재판매하는 일을 한다.

에코자전거는 임대자전거를 무료로 교환해 주기도 하고 정비 상담도 해준다. 에코자전거 측은 “버려진 자전거를 고쳐 다시 사용하게 하고 자전거 타기도 활성화하는 친환경적 사업을 한다는 데서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에코자전거는 고객의 생활양식에 맞춘 자전거 타기를 권하는 홍보활동도 벌이고 있다. 평일에는 가방 넣는 바구니가 달린 자전거, 휴일에는 산악자전거, 다이어트 중에는 칼로리 계산기가 달려 있는 자전거 등을 제시한다.

[나만의 건강메뉴]혼자사는 노인들 타깃 맞춤 영양식단 배달

○ 싱글의 영양 관리를 맡다


혼자 사는 사람은 대개 먹는 것에 소홀하기 쉽다. 같이 식사를 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5대 영양소를 일일이 체크하며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더욱더 식사 관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니코니코키친(ニコニコキッチン·www.nikoniko-kitchen.com)’은 이런 싱글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 식사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다. 영양의 균형과 식사 기호에 따라 다양한 식사를 집까지 배달해 준다.

메뉴는 총 세 가지다. 살이 찔까 봐 마음껏 먹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헬시 메뉴’, 칼로리에는 별다른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생선과 고기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건강 메뉴’, 간소하게 섭취할 수 있는 ‘아침식사 메뉴’가 그것이다. 모든 메뉴는 영양사의 정확한 영양 밸런스 계산으로 제공된다. 홈페이지에 모든 메뉴의 칼로리와 영양 성분을 표기해 신뢰를 더했다.

특히 니코니코키친은 노인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며 노화에 따른 식사 기호의 변화나 필요한 영양소의 변화를 세심하게 고려해 메뉴를 짠다. 노인들은 외로움을 느끼기 쉽다는 점을 감안해 음식을 배달할 때 노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춘 영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시니어 기업으로 명성이 높다. 때로는 음식 배달뿐 아니라 생필품 구매 대행 서비스까지 한다. 40, 50대 부부 공동창업 아이템으로 인기가 좋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日시니어, 노동지향형보다 기술지향형 아이템에 승부 ▼


일본의 창업 아이템은 한국보다 다양한 편이다. 한국에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많지만 다양성을 놓고 보면 보완해야 할 점이 여전히 많다. 일본에 가면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한 업종이 예비 창업자의 눈과 귀를 자극한다.

우선 일본 프랜차이즈는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반영한 창업 아이템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에코(eco)’ 바람이 일본 창업시장을 장악했다. 새로 출시되는 신제품은 거의 ‘에코’와 관련이 있을 정도다.

시니어들에게는 잉크, 카트리지 리필 사업 등의 환경재생업, 가전·전자제품 재활용을 하는 자원관리업이 인기다. 재활용, ‘리폼(reform)’을 주제로 한 사업은 육체노동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나 꼼꼼함이 요구되기 때문.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웰빙과 관련된 제품 개발이나 웰빙 음식 관련 창업도 인기를 얻고 있다. 시니어 창업 아이템으로는 특히 저칼로리 건강 기능식을 택배 서비스하는 ‘식단 관리 배달업’이 대세.

한국에서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에코와 웰빙에 관련된 업종이 창업시장에서 큰 줄기를 이루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국내서는 외식업종이 전체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창업 아이템을 세분해서 다양성을 키우기보다 한 분야의 전문성만 키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시니어 창업시장에서 가장 흔한 업종은 △기술경험 기반 업종(정보기술 교육사업, 논술학원 등) △시설·입지 위주 업종(고시원 원룸 운영 등) △아이디어 축적 업종(공인중개사 등) △환경 재생업(청소업 등) △취미·적성 관련 업종 △실버케어·지원 업종 △소규모 배달업종 등이다.

퇴직하기 전 나에게 맞는 업종을 찾으려면 일본의 창업 사례를 보고, 그들의 전문성을 학습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노동지향적 아이템보다 기술지향형, 안정성 위주의 시니어에게 어울리는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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