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마케팅 베껴 ‘아이폰 킬러’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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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 ‘터틀’ ‘퓨어’ 공개
초청장 애플 모방해 만들어
직접 기획… 日샤프서 생산

“좋은 예술가는 남의 것을 잘 모방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남의 것을 훔친다.”

스페인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한 말이다.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즐겨 인용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모방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건 애플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MS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틀’과 ‘퓨어’라는 이름의 새 스마트폰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터틀과 퓨어는 MS가 직접 기획한 스마트폰으로 올해 초 구글이 직접 기획해 판매를 시작했던 ‘넥서스원’과 같은 방식이다. 외신에 따르면 구글과 마찬가지로 MS도 직접 생산은 하지 않고 일본의 샤프에 맡길 예정이다.

눈길을 끄는 건 MS의 홍보 방식이었다. MS는 최근 기자들에게 12일 행사에 대한 초청장을 발송했다. 이 초청장에는 행사 내용에 대한 설명은 없고 ‘이제 공유할 때(It's time to share)’라는 문구만 적혀 있었다. 경쟁사인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할 때 기자들을 대상으로 보내는 초청장 형식과 비슷했다. 애플은 지난주 새 아이폰 운영체제(OS)인 ‘아이폰 OS4’를 소개할 때 기자들에게 ‘아이폰 OS의 미래를 엿보세요’라는 한 줄만 적어 초청장을 보냈는데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런 미스터리 마케팅 기법을 MS가 차용한 셈이다.

MS는 설립 초기부터 애플의 전략과 제품을 상당 부분 흉내 내 온 것으로 평가된다.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이며 문자로 하는 명령어 대신 아이콘 그림을 마우스로 클릭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그래픽사용자환경(GUI)을 개발하자 MS도 1985년 이와 매우 흡사한 ‘윈도 OS’를 발표한다.

2004년 말부터 애플의 ‘아이팟’ MP3플레이어 판매가 크게 늘자 MS도 2006년 ‘준(Zune)’이란 MP3플레이어를 내놓았다. 2007년 나온 아이폰이 인기를 얻자 MS는 기존의 스마트폰 OS였던 ‘윈도모바일’을 10여 년 만에 완전히 변화시켜 올해 초 ‘윈도폰’으로 다시 선보였다. 2006년 애플이 ‘맥을 사세요(Get a Mac)’라는 광고를 통해 ‘애플의 매킨토시는 창의적인 사람들이 쓰고 MS의 윈도 OS는 따분한 사람들이 쓴다’고 주장하자 MS는 ‘나는 PC(I'm a PC)’라는 광고로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윈도 OS를 쓴다며 애플을 ‘잘난척 하는 회사’로 쏘아붙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과정은 애플이 아이디어를 내면 MS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실적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MS는 시가총액에서 세계 정보기술 (IT)기업 가운데 부동의 1위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 규모(약 580억 달러)도 애플(약 420억 달러)보다 160억 달러 가까이 많다. 하지만 최근 이런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에 대해 “MS는 최근 애플과 구글 등의 신기술에 잠식당하는 모바일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MS의 새 ‘아이폰 킬러’가 주목받는 이유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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