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슬람채권 ‘수쿠크’투자 눈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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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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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타 뱅크오브뉴욕멜런 본부장 “조달비용 적고 안전성 높아”

“이슬람채권(수쿠크)이라는 또 하나의 금융기법을 장착하면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진화할 것입니다.”

존 폴 마로타 뱅크오브뉴욕멜런 기업신탁부 아태지역 영업총괄본부장(사진)은 9일 “한국 자본시장은 결정적인 변화의 문턱에 있다”며 수쿠크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라고 조언했다. 최근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이슬람금융이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한국시장에서는 활성화하지 않은 상태다.

마로타 본부장은 “현재 세계적으로 수쿠크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올해 전체 시장규모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수쿠크는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다른 채권에 비해 매력도 있다”고 말했다. 또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보듯 국가와 기업 모두 유동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한국으로선 수쿠크를 통해 미국 유럽에 치우친 자금원을 다양화할 수 있고 투자자들에게도 새로운 투자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도 해외 진출과 중동의 오일머니 유치를 위해 수쿠크 발행의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중동 투자자들은 한국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이 최근 아랍에미리트 원전을 수주하는 등 한국과 중동의 정부, 기업 간에 거래관계가 축적되고 있어 한국이 수쿠크 시장에 참여할 경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정부는 이슬람자금의 국내 유치를 위해 이슬람채권의 수익을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같이 이자소득으로 보고 법인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이 ‘테러자금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반대해 2월 국회에서 처리가 보류된 상태. 마로타 본부장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을 벌인) 미국에서도 대표기업인 GE가 지난해 수쿠크를 발행하는 등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연내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수쿠크(Sukuk):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안된 독특한 채권. 보통의 채권과 달리 이자 대신 사업수익을 통한 배당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사려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금융기관이 대출해 주고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이 직접 부동산을 구매해 임대해 주고 사용료를 받는다. 필요자금은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조달비용이 낮고 차입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새로운 자금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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