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글로벌 한파에 맥을 추지 못하던 국내 반도체업체들이 새봄을 맞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공급부족이 계속되고 현재 주가도 낮기 때문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특히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대형업체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톡톡히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공급부족, 수요견고…“지금 투자할 때”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표업체의 주가는 연초 두 달 동안 각각 7.9%, 6.3% 하락하며 코스피 움직임을 크게 밑돌았다. 각종 글로벌 악재에 더해 중국 춘제(春節·중국 설) 이후 가격조정으로 2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던 탓이다.
하지만 지속적인 공급부족으로 향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이트레이트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은 전년 대비 각각 37%, 33% 증가한 306억 달러, 204억 달러로 전망된다”며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므로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급부족을 예상하는 이유는 반도체업체들이 최근 2년간 설비투자 규모를 줄였기 때문. 김민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2008년과 2009년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각각 37%, 58% 감소해 올해 상반기까지 공급증가 물량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주요 수요기기인 PC와 휴대전화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성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지난해 윈도7 출시로 PC 교체가 미진했다”며 “2년간 지연된 PC의 대기수요가 집중돼 올해 PC 출하 증가율은 2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의 인기로 휴대전화 출하량도 올해 1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황의 선행지표도 긍정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수주액을 출하액으로 나눈 BB레이쇼는 2009년 3월 0.43까지 하락했다가 1월 반도체 장비 수주액과 출하액의 증가에 힘입어 1.27까지 올랐다. 이 지표가 1 이상이면 호황을 가리킨다.
현재 반도체업체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호재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는 올해 말 실적전망을 기준으로 각각 주가순자산비율(PBR) 1.7배, 1.6배에 거래되고 있다”며 “1992년 이후 메모리 반도체 업황 상승기에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PBR가 평균 2.4배, 2.1배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장비시장도 봄바람
반도체업체 내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완제품업체보다는 부품 및 장비업체의 전망이 더 유망하다. 진성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액은 9조3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69% 증가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장비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에서 진 연구원은 유진테크, 케이씨텍 등을 유망종목으로 추천했다.
장비의 국산화 비중도 증가하고 있어 국내 장비업체의 매출 증가율이 대형 업체들의 설비투자 증가율을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장비 국산화와 공정 미세화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 장비, 재료 시장은 각각 전년 대비 23%와 11% 성장해 본격적인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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