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긴축에 유럽발 악재까지…‘춘제효과’ 올해는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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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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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구매수요 위축… 주가도 하락
IT-자동차 등 소비재는 기대

13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최대의 명절 춘제(春節·설) 연휴를 앞두고 중국이 들썩이고 있다. 춘제는 단순한 명절이 아니라 연인원 25억 명의 인구가 이동해 대규모 소비수요가 발생하면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만만찮은 경제변수다. 지난해에는 춘제 연휴 1주일 동안 소매판매가 2900억 위안(당시 환율로 58조 원)에 이를 정도다. 그동안 ‘춘제 효과’는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전체의 단기 반등을 이끄는 호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세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긴축 악재 속에 ‘춘제 효과’ 사라지나

통상 춘제를 앞두고 연휴 이후 투자에 대비한 가수요가 형성되고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정책결정과 투자집행이 이어지면서 실수요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춘제 효과를 잘 반영하는 조선·해운업종의 발틱운임지수(BDI)는 춘제를 기점으로 상승으로 돌아서거나 상승세가 확대됐다. 식음료, 유통, 여행 등의 업종은 연휴기간 판매가 크게 늘어나 1분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정보기술(IT) 업종은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춘제 소비를 바탕으로 가격 하락을 방어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의 긴축 전환과 함께 춘제 효과가 크게 반감되고 있다. 지급준비율 인상, 신규 대출 중단 등의 여파가 실물경기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 춘제 이전 구매 수요가 위축되면서 철강, 비철금속, 석유화학 등의 가격이 급락세를 보였고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었다. 주가도 견인하지 못했다. 미국의 은행규제 움직임, 유럽의 국가부도 리스크 등 악재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상하이종합지수는 8일 현재 연초 대비 10% 가까이 하락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올해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불거진 글로벌 충격 속에 ‘춘제 효과’가 묻혀 버렸다”며 “생산, 납품 측면의 춘제 효과는 이미 다 반영됐다고 봐야 하며 앞으로 연휴 기간 중국의 소비가 얼마나 견고하게 받쳐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춘제 이후도 걱정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말부터 춘제 연휴에 따른 자금수요와 경기충격 조절을 위해 통화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춘제 이후 물가상승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하면 유동성을 급격히 회수할 수도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를 기점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IT, 자동차는 춘제 효과 기대감 남아

춘제 효과가 실종된 상황에서도 IT, 자동차 등 최종소비재 영역은 춘제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1월 긴축에도 불구하고 수요 위축이 크지 않기 때문. 가전 하향, 자동차 하향, 이구환신(以舊換新) 등 중국의 소비확대정책에 따라 여전히 꾸준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보조금 확대 등을 통해 소비촉진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춘제 효과와 이후 수요 기대감으로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하면 다시 한 번 IT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철강, 화학 등 소재 및 산업재는 전국인대를 기점으로 투자 사이클이 재개될지와 이를 먼저 반영할 중국 철강내수가격의 반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만 2월 말∼3월 초 추가긴축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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