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상추가 ‘金추’… 1상자 1주일새 4500원 껑충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9일 03시 00분


■ 농수산물 가격 폭등… 가락동시장 새벽 경매현장 가보니…
시금치 예년보다 3.8배 올라 삼치 이틀새 2000~3000원↑
출하량 평소의 60% 그쳐… 뜨겁던 경매장 열기도 ‘꽁꽁’

매서운 한파가 연일 이어지며 농수산물 값도 춤추고 있다. 7일 밤 12시 무렵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도매상인들이 경매에서 낙찰 받은 야채의 운송작업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매서운 한파가 연일 이어지며 농수산물 값도 춤추고 있다. 7일 밤 12시 무렵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도매상인들이 경매에서 낙찰 받은 야채의 운송작업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날씨가 너무 추워지니 경매도 흥이 안 나. 눈길은 뚫렸는데 동장군이 문제야.”

개인휴대정보기(PDA)를 능숙하게 다루며 경매에 참가한 한 도매상이 말꼬리를 흐리며 돌아섰다. 13일째 강추위가 몰아친 7일 오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농산물 경매가 시작돼 달아 오른 열기는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그라졌다. 평소 사람 키 높이만큼 쌓이던 야채 상자도 무릎 높이도 되지 않는 곳에서 멈췄다. 연이은 한파로 산지 출하량이 줄면서 평소에는 뜨겁던 이곳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농산물 경매에 이어 8일 오전 1시부터 이어진 수산물 경매도 비슷했다.

○ 농수산물, 한파 직격탄

이날 경매에 참가한 도매상들은 “상추와 시금치, 고등어와 오징어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경기도 일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상추는 한파에 땅이 얼어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도매상 김성규 씨(35)는 “날씨가 너무 추워 비닐하우스 안도 다 얼 지경”이라며 “특히 상추는 언 땅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고 혀를 찼다.

이날 시장에 반입된 상추는 총 32t. 지난해 같은 날 반입된 52t의 6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전남 신안군 등 남쪽지역에서 올라오는 시금치도 생육이 부진해 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나 떨어졌다. 황정석 ㈜동화청과 영업본부장(45)은 “지난해보다 한파가 일찍 왔고, 추운 날씨 탓에 수확을 미루는 농민이 많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수산물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에서 올라온 도매상 이모 씨(30)는 “한파로 조업을 못해 수산물 출하량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 예년보다 세 배 넘게 급등한 품목도

시장 반입량이 줄자 농수산물 값은 연일 폭등하고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폭설이 오기 전인 지난해 12월 31일 도매가격 기준 상추 값은 상자(4kg)당 4만 원에서 8일 4만4500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시금치 값도 1상자(4kg)에 1만4500원에서 1만8900원으로 급등했다. 도매상 김 씨는 “폭설로 주초에는 상추 값이 6만 원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8일 기준 상추와 시금치 1상자 값이 각각 2만 원과 5000원이었으니 1년 만에 상추는 약 2.2배, 시금치는 약 3.8배로 오른 셈이다.

오징어도 지난해 12월 31일 1상자(6kg) 2만 원에서 8일 2만4000원까지 급등했다. 도매상 강호수 씨(39)는 “잠잠하던 삼치도 하루 이틀 새 2000∼3000원씩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도매상들은 가격 폭등이 전혀 달갑지 않은 눈치다. 황 본부장은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려 오히려 수요가 더 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조사를 나온 백화점, 대형마트 관계자들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보관이 쉬운 고구마, 감자 등은 비축량을 늘리는 중”이라며 “일부 농수산물은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관계자는 “연휴가 끝난 뒤 단기간에 많은 수요가 몰린 측면도 있다”며 “한파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변동 폭이 크지 않고, 반입량도 회복 중이라 폭등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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