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의 해, 차종노출 ‘팔자’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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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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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이미 브랜드 알릴만큼 알렸다”

한일 월드컵(2002년), 독일 월드컵(2006년)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 현대·기아자동차는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세계 시장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공개된 ‘현대
베스트 영플레이어 어워드’ 론칭 행사 장면.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
한일 월드컵(2002년), 독일 월드컵(2006년) 공식 후원사로 활동한 현대·기아자동차는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는 세계 시장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로 했다. 월드컵 조 추첨을 앞두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공개된 ‘현대 베스트 영플레이어 어워드’ 론칭 행사 장면. 사진 제공 현대·기아자동차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 추첨일을 하루 앞둔 3일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남아공 현지에서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x35’를 공개했다. ix35는 월드컵에서 최고 활약을 펼친 21세 이하 젊은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현대 베스트 영플레이어 어워드’ 수상자에게 부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공식 출시 이전에 미리 선보인 ‘ix35’에 대한 남아공 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아프리카라는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시상식 단골손님인 중대형 세단 대신 SUV 차량을 택한 현대차의 ‘역(逆)발상’이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 이면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치열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 스포츠는 그저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전략과 교묘히 결합된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2010년은 밴쿠버 동계올림픽(2월), 남아공 월드컵(6월), 광저우 아시아경기(11월) 등 ‘빅 스포츠’ 행사 3개가 몰려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 속에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알리기’에 치중했던 기존 스포츠마케팅 전략을 한 단계 레벨업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한일 월드컵(2002년), 독일 월드컵(2006년) 등 두 차례의 월드컵 후원사 활동을 거친 현대·기아차는 내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시장’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최근 몇 년 새 세계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진 것을 감안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을 넘어서 사고 싶은 ‘드림카’ 이미지를 심자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 32개국이 현대차의 전략적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에 착안해 내년 남아공 월드컵 마케팅 키워드를 ‘32개의 월드컵’으로 정했다. 도전과 혁신, 인간애라는 이미지를 통해 현대차와 축구의 인사이트(insight·통찰력)를 연결해 32개 국가별로 월드컵 마케팅을 펼친다는 것.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내 12개 도시에서만 진행했던 길거리 응원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본선 진출국 32개국 1000만 명이 참여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길거리 응원전에서도 나라별 전략 차종을 최대한 노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테면 북미 지역에서는 제네시스, 쏘나타 등 중대형 세단을, 유럽에서는 ‘i시리즈’를 전략적으로 내세울 계획이다. 유욱상 이노션 스포츠마케팅팀장은 “한 가지 포맷만으로 월드컵 마케팅에 나서는 다른 후원사들과 달리 ‘멀티 마케팅 전략’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자동차회사와 빙상 스포츠가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런데도 현대차가 김연아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데는 피겨스케이트가 인기 스포츠인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이 현대차 주요 전략시장과 겹친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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