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서비스 디자인’ 눈뜨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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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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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첫 노트북컴퓨터 설계 모그리지 IDEO 공동창립자

병원도 입퇴원 전과정 카드 만들면 고객 이해하기 쉽고 비용도 줄여
전통 미디어는 품격 더욱 높여야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빌 모그리지 씨는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서비스 디자인과 서비스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빌 모그리지 씨는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서비스 디자인과 서비스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제공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앞으로 한국에 남는 건 거의 서비스 산업일 것입니다. 한국은 애초에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제조업을 더 저렴하게 잘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인도가 잘하고 있고요.”

세계 최초로 노트북컴퓨터를 디자인한 빌 모그리지 씨는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 디자인 컨설팅 회사 아이디오(IDEO)의 공동 창립자로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이다. 그는 10일 지식경제부가 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 ‘2009 서비스 연구개발(R&D)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 서비스 산업의 시대

“앞으로 ‘서비스 지향의 시대’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한국이 서비스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서비스 디자인’과 ‘서비스 R&D’를 더욱 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그리지 씨는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지를 설계한다는 의미를 가진 ‘서비스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서비스란 것이 디자인될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인간과 사물, 인간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이 변했어요. 예를 들어 전화 서비스를 봅시다. 1950년대 옛 영화를 보면 과거에 전화기는 매우 간단한 제품이었죠. 하지만 요즘은 전화기에 직접 대고 말하는 것 외에 인터넷이나 문자메시지(SMS)로도 소통을 합니다. 이렇게 관계가 복잡해지니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서비스를 디자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에게 여러 접촉 지점을 준다는 점에서 제품 디자인과 다르다. 여러 접촉 지점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서비스는 일종의 이야기와 같다고도 했다.

○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 도움

아이디오는 최근 병원, 은행 등 서비스업계로부터 서비스 디자인 컨설팅 의뢰를 많이 받는다. 복잡하고 어려운 정보를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것.

“의료 분야에서는 한 병원이 아이디오의 컨설팅을 받고 임신한 환자가 입원 때부터 퇴원할 때까지 일어나는 일을 여러 단계로 나눠 각각 카드로 만들었습니다. 이 카드를 환자의 병실 벽에 핀으로 꽂아 놓고 살펴보며 자기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 알도록 하는 것이죠. 고객에게 쉽게 정보를 전달하면서 병원으로서도 인력 낭비를 막고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는 유럽의 이동통신업체 ‘보다폰’도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효과를 본 사례로 소개했다. 이 회사는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스티커로 출력하도록 하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 어린이들이 교실 책상에 스티커를 붙이면서 이 회사 제품에 더 친근함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을 미디어에서 배운다

“서비스 디자인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기법입니다. 여러 요소(제품, 디자인 등)가 함께 작용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서비스 과정을 일종의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행을 잘 풀어내는 건 스토리텔링이지요.”

모그리지 씨는 서비스 디자인의 핵심인 스토리텔링을 미디어 산업에서 배운다고 했다. 미디어가 스토리텔링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곳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런 생각에서 ‘디자이닝 미디어’라는 책을 쓰게 됐고 내년 10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미디어는 기술 변화와 함께 정말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분야라서 더욱 관심이 있었습니다.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 ‘전통적 미디어’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관계자들을 대략 반반으로 나눠 인터뷰해 봤어요. 인터뷰 해보니 미래는 두 세계(전통 미디어와 새로운 미디어)에서 모두 잘 헤엄치는 회사에 돌아갈 것 같더군요.”

그는 미디어에 대한 컨설팅도 잊지 않았다. “전통 미디어는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예쁜 사진, 튀는 디자인, 심도 있는 기사 등을 담아 더욱 고급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고객들은 전통 미디어를 버리지 않을 겁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빌 모그리지는::

세계 최초로 노트북컴퓨터를 디자인한 산업디자인계 거물이다. ‘인터랙션 디자인(interaction design)’이란 용어를 창안하며 첨단 기술 분야 디자인을 선도했다. 1991년에는 데이비드 캘리와 마이크 누탈의 디자인 회사와 합병해 아이디오(IDEO)를 세웠다. 영국 런던 왕립 예술대 인터랙션 디자인 부문 초빙교수이며 미국 스탠퍼드대 디자인 프로그램 관련 부교수다. 그의 저서 ‘디자이닝 인터랙션’은 2006년 비즈니스위크의 ‘혁신과 디자인 서적 베스트 10’에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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