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사업에 창사 때와 같은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스마트그리드가 앞으로 회사의 100년을 책임질 사업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는 현재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한 차세대 에너지 신기술로 소비자가 ‘똑똑한 전력소비’를 하도록 돕는다. 소비자는 스마트그리드로 전기요금을 실시간 확인해 가장 저렴한 시간대에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다. 또 전기자동차에 전기를 충전하는 기본 인프라가 된다. 공급이 불안정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이같이 미래 에너지의 핵심이 될 스마트그리드가 제주도에서 한전의 기술로 꽃피운다. 한전은 8월 31일 지식경제부, 제주특별자치도, 스마트그리드 사업단 등과 제주시 구좌읍에서 스마트 그리드 통합 실증단지 착공식을 열었다. 201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총 6000가구에 1187억 원을 투자해 실증 단지를 세운다. 이곳에 적용될 핵심적인 기술은 지능형 송전망, 스마트 계량기, 전기차 충전기 등이다.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는 세계 최첨단의 개방형 실증단지로 스마트그리드의 기술을 상용화하고 수출 산업화하는 요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전은 현재 고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각각의 요소 기술을 직접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전은 스마트그리드 도입으로 회사 차원에서 부하율(負荷率)을 향상시켜 에너지 비용을 연간 약 3000억 원 절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를 갖춰 100만 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게 되면 전기 판매 수익도 4000억 원이 늘 것으로 보인다. 정전 시에 복구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 정전 시간도 호(號)당 15분에서 9분으로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 관련 사업 가운데 특히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전기차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한전은 현대·기아자동차와 함께 지난달 ‘전기차 및 충전기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전기차용 충전기, 충전 인터페이스 표준화 등을 위한 첫걸음이다. 한전은 내년 전기차용 충전기를 개발해낸 뒤 2011년 현대·기아차와 함께 일반 고객에게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한전의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역인 전기차 보급이 촉진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책임경영 실현해 기업효율 극대화 경제위기 극복에도 동참 ‘서민의 벗’으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조직과 인력을 탈바꿈하는 경영선진화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고 있다.
한수원은 우선 올해 초에 본사 조직을 16개 처·실 체제에서 12개 처·실로 축소했다. 이어 각 처·실의 소규모 팀을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직급 체계도 단순화해 종전의 1급 직원과 2급 직원을 하나의 직급으로 통합했다. 이로써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사내외에서 받고 있다.
인사 발령에서도 서열 파괴를 시도했다. 2직급의 직원을 1직급의 보직에 발탁하는 한편 팀장급 자리에도 서열이나 직급을 따지지 않고 경쟁력 있는 직원을 앉히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이와 함께 3직급(차장) 이상의 모든 직위에 대해 ‘헤드헌팅’ 방식을 도입했다. 직원마다 희망하는 직위에 지원하고 부서장은 적합하다고 평가하는 직원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책임 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사업부제’도 새로운 시도다. 사업부제에 따라 지역별 사업부 본부장은 사장과 별도 경영 계약을 맺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한수원은 사업부제 시행으로 사업부별로 자율적인 책임 경영활동이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한수원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서민생활 안정지원 방안’을 마련해 따뜻한 공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협력회사와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원전 건설 전문 기술 훈련원’의 정원을 예년보다 5배 이상 늘린 590여 명으로 확대했다. 일례로 고리 및 월성 지역에 ‘원전건설 전문기술훈련원’을 열고 이곳에서 교육을 수료하면 원전건설 시공사 및 협력업체에 우선 채용되는 특전을 준다. 이와 함께 ‘잡 셰어링’을 위해 총 390여 명의 청년인턴을 선발해 원자력교육원에서 기초교육과 현장실습 등을 받도록 했다.
이 밖에 한수원의 서민 지원 활동은 △서민생활 안정 직접 지원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영세·중소기업 지원 △사회공헌 활동 활성화 등 4대 분야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직접적인 지원 규모는 300여억 원에 달한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경제위기로 인한 소득 감소, 고용기회 감소 등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국가적 과제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아직은 활성화가 되지 않았지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지원 이외에도 단순노무직의 생계형 일자리 창출, 잡 셰어링 확대 등 다각도로 정책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안전한 방폐장, 건설-운영 경주를 문화·관광도시의 랜드마크로▼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방폐공단)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사업 시도에 나서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경주시에 만들어질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에 테마파크와 숲 체험장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방폐공단은 2일 경주 방폐장 용지 선정 4주년을 맞이해 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를 다짐하는 ‘안전성 확보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방폐공단은 경주 방폐장 용지 안에 약 300억 원을 투입해 2013년까지 숲 체험장을 만든다. 이곳에는 시민들이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소리 터널’, ‘감각 키오스크’ 등을 설치한다. 곳곳에 산책로를 조성해 시민에게 휴식 공간을 마련한다. ‘빛’을 테마로 한 테마파크도 마련해 방폐장을 자연과 과학이 어우러진 관광명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민계홍 방폐공단 이사장은 “안전한 방폐장 건설과 운영으로 경주 시민의 신뢰를 얻고 경주시를 문화·관광도시의 랜드마크로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지역과 융화하는 다양한 지역 공동체 경영 전략도 추진한다. 방폐공단은 올해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방폐장 유치 지역 주민에 대한 가점제를 실시했다. 이 지역에서 채용 인원의 20%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 결과 올해 신입 직원 45명 가운데 경주 지역 출신이 11명에 이른다.
또 방폐공단은 2단계 방폐장 건설을 위해 국민 공감대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단계 70만 드럼의 처분 방식을 결정할 때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동협의회의 안전성 검증을 거쳐 해결방안을 마련하고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방폐공단은 또 본사 이전을 통해 분위기 쇄신을 꾀한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방폐공단 본사는 2014년까지 경주 시내권으로 이전을 마칠 계획이다. 구체적인 입지나 규모는 내년에 확정한 뒤 이전 작업을 시작한다. 방폐공단 관계자는 “방폐장 유치를 지원해준 경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경주 이전을 확정했다”며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의 발전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폐공단은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연구도 깊이 있게 진행한다. 과거에는 공론화 방법론 등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전문가들을 상대로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 방법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기본적인 개념부터 다시 정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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