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열 공정위장 “가격고시제 없앴더니 값 안낮추고 폭리 취해”
이달 중순 액수 최종 결정
이동통신-정유도 조사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2003년 이후 6년여 동안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6개 액화석유가스(LPG) 업체들에 사상 최대인 1조∼1조5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정호열 공정위원장은 “정부가 가격고시제를 폐지해 가격을 자율화한 것은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격을 낮추기 위해서인데 LPG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 담합을 해서 폭리를 취했다”며 “비슷한 사례의 다른 기업들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아주 큰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가격고시제에서 풀린 과점(寡占) 기업들의 가격 담합에 대해 엄격하게 대처하기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비슷한 사례’로 분류되는 이동통신업계와 정유업계도 조만간 공정위의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01년 LPG 가격고시제가 폐지된 이후 LPG 업체들의 이익이 약 3배로 늘었다”며 “가격 자율화를 이용해 폭리를 취한 혐의가 있는 만큼 철저하게 조사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E1, SK가스 등 6개 LPG 업체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해당 업체들의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 실무진은 현장조사 등을 거쳐 최근 작성한 심사보고서에서 “6개 업체가 2003년 이후 가격 담합을 통해 20조 원대의 부당 매출을 올렸다”며 과징금 액수를 1조∼1조5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중순 전원회의를 열어 최종적으로 과징금과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아직 전원회의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액수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사상 최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정위가 물린 최고 과징금은 올해 7월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퀄컴에 부과한 2600억 원이다.
공정위 당국자는 “LPG 업체들에 대한 결정은 유사한 가격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업계와 정유업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고 말해 앞으로 이들 업종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LPG업계 “억울하다”
한편 LPG 업계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체로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담합 여부를 떠나 아직 최종 결정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미리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가격고시제:
기 업이 일정 공식에 따라 가격을 산출하면 이를 정부가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시장에 가격을 알리는 제도. 정부가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갖고 있어 물가를 통제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석유는 1997년, LPG는 2001년 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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