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체어맨 ‘일편단심’… 평생 탈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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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델부터 계속 체어맨만 모는 김영율 사장

“‘체어맨’은 나랑 찰떡궁합이에요. 평생 탈 겁니다.”

전자 부품업체 피플웍스의 김영율 사장(53)은 2004년 쌍용자동차 ‘체어맨’과 2006년 ‘뉴 체어맨’에 이어 지난해 9월 ‘체어맨W’까지 샀다. 이달 출시된 ‘2010년형 체어맨W’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출시된 체어맨의 신차 모델을 모두 산 셈이다. 주변에선 쌍용차의 불안한 경영상황을 우려해 구입을 말렸지만 김 사장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77일간의 장기파업으로 체어맨W를 인도받기까지 6개월이 걸릴 때에도 묵묵히 참고 기다렸다. 5년 동안 체어맨을 타면서 품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파산하면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도 그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올해 3월 한 일간지에 ‘쌍용차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전면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그저 좋은 차를 타는 즐거움을 내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2004년 그가 처음으로 체어맨을 산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당시 사장에 막 취임한 그는 중소기업 대표로서 품위를 유지하면서도 외제차로 허세를 부리긴 싫었다. 이런 기준을 갖고 국산 고급차들을 비교해보던 차에 체어맨의 고전적이면서도 묵직한 외관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국내 경쟁사의 대형 세단은 해마다 수입차의 트렌드를 쫓아가는 데 급급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체어맨은 특유의 심플한 디자인을 고수해 만족스럽다”고 했다.

무엇보다 체어맨의 진가는 고속주행 시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이 김 사장의 생각이다. 1주일에 한 번씩 서울 사무소에서 경북 구미시 공장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해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지만, 마치 일반 도로에서 서행하는 듯한 정숙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그는 “특히 산길을 올라갈 때 운전대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이 일품”이라며 “운전대를 돌리는 대로 착착 감기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쭉 치고 나가는 파워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체어맨W는 국내 세단 가운데 최초로 4륜 구동의 7단 변속기를 달았다.

체어맨W는 승차감과 주행성능뿐만 아니라 이전 모델에 비해 시트와 오디오의 품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도 김 사장의 평가다. 그는 “외관 디자인만 살짝 바꾸고 값을 올려 신차로 출시하는 다른 자동차업체들과 쌍용차는 분명 다르다”고 강조했다. 체어맨W로 갈아타면서 고급 세단 특유의 검정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꿀 때 회사 측이 보여준 성의도 인상적이었다. 사전구매 고객 중 그가 처음 파란색을 택하자 판매임원이 직접 공장을 찾아 도장색깔을 정밀하게 체크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쌍용차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결국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믿는다”며 “혹시 다른 난관에 부닥치더라도 나처럼 미련하게 쌍용차를 고집하는 고객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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