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흔들리면 10개 혁신도시도 차질…”

  • 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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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충남지사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가 흔들릴 경우 전국 10개 혁신도시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완구 충남지사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시가 흔들릴 경우 전국 10개 혁신도시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특별법 개정땐 국정 대혼란 부를 수도”

■ 이완구 충남지사 인터뷰

정부 믿고 고향 땅 내줬는데 무슨 말로 주민 설득할건가
수도권-비수도권 윈윈하는 李대통령 현명한 판단 기대

“세종시가 흔들리면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미래도 보장되지 못할 것이다.” 최근 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종시 수정론’에 이완구 충남지사가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모처럼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는 충청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이미 특별법까지 제정돼 국민적 합의로 추진되고 있는 사안을 뒤집고 소모적 논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세종시 원안 수정론을 처음 거론한 정운찬 국무총리에 대해 “말을 아끼고 싶지만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며 “총리로 지명받자마자 수정론을 제기한 것이 깊은 고민과 심도 있는 검토 끝에 나온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일각에서 충청권이 세종시 문제를 지역 이기주의 차원에서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세종시가 원안에서 벗어나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추진도 논쟁에 휩쓸릴 것이고, 혁신도시로 이전하도록 되어 있는 124개 공공기관 중 누가 내려가려 하겠느냐. 이런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 지사는 “전남 나주, 경남 진주 등 혁신도시를 거론하며 지금까지 용지매입계약을 체결한 공공기관은 거의 없고, 특히 34개 기관은 이전계획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의 이전 차질은 궁극적으로 중앙정부와 해당 자치단체 간 불신의 골을 깊게 하고 법적, 행정적 문제로도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선 국민 모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정권은 물론이고 현 정권이 견지해 온 기본 틀”이라며 “아직도 이 나라의 지방에는 병원이 없는 지역이 있다”고 흥분했다. 그는 또 “정부 정책만을 믿고 정든 고향땅을 내주며 정부에 협조해 온 국민에게 정부가 무슨 말로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세종시 수정론’이 경제적 효율성에서 비롯된 것과 관련해 “서울과 세종시는 KTX로 40분 거리로 경기 과천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같을 정도로 이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의미가 없다”며 “좁은 국토에서 공간적 잣대로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충청권 내에서조차 ‘수정론’에 타당성이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는 일부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선 “공정한 여론조사로 보지 않는다. 더욱 객관적이어야 한다”며 더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지사는 또 정 총리가 거론한 ‘송도형 모델’에 대해선 “지난해 5월 결정된 새만금, 대구경북, 황해 등 3곳의 경제자유구역에는 지금까지 외자유치 실적이 거의 없다”며 “경제 자유구역으로 성공한 송도는 대한민국 관문으로 세종시 입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론을 말하려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갖고 말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하려면 지난 7년간 논의된 것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정확한 논거와 함께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끌어 모아야 하지만 결코 쉽지도 않고 또 다른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음을 내다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으로서의 처지도 언급했다. “여권 내 정몽준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박근혜 전 대표 등 지도부도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단지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집값, 교통, 환경 등 포화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한다는 객관적 접근을 해야 한다.”

이 지사는 “평소 이명박 대통령의 신중한 국정 운영 스타일과 종합적 사고를 고려하면 현재 논란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윈윈할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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