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전화상담 직업에 대졸男 ‘우르르’

  • 입력 2009년 9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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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양생명 전화상담센터에서 드림4실 소속 남자 전화상담원들이 높은 실적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드림4실은 상담원 22명 중 17명(78%)이 남성이다. 최근 보험업계에 전화상담원 전문화 바람이 불면서 남성 전화상담원이 많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동양생명
17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양생명 전화상담센터에서 드림4실 소속 남자 전화상담원들이 높은 실적을 다짐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드림4실은 상담원 22명 중 17명(78%)이 남성이다. 최근 보험업계에 전화상담원 전문화 바람이 불면서 남성 전화상담원이 많이 늘고 있다. 사진 제공 동양생명
軍-직장-결혼 경험 등 무기로 공략
“노력만큼 대가” 억대 연봉 받기도

“어휴 누님, 저도 군대 갔다와 봐서 아는데 지금 아드님에게 딱 필요한 상품이에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동양생명 전화상담센터 드림4실. 나긋나긋한 목소리 대신 쇳소리 섞인 중저음이 상담센터를 가득 메우고 있다. 책상 위에 흩어진 보험 상품 안내서들 사이엔 거울과 화장품 대신 면도기와 라이터가 놓여있다. 드림4실의 전화상담원(텔레마케터) 22명 중엔 17명이 남성이다. 귀에 익숙한 상냥한 여자 전화상담원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다. 그래도 보험계약 실적은 동양생명의 36개 상담센터 중에 늘 첫손가락에 꼽힌다.

대표적인 ‘금남(禁男)의 직업’으로 여겨왔던 보험 전화상담원에 남성들이 늘고 있다. 높아져가는 취업난에 20대 대졸 남성들의 진입 역시 크게 늘었다.

○ 보험업계, 남성 전화상담원 전성시대

8월 현재 동양생명에서 근무하는 남성 전화상담원은 238명. 전체 전화상담원(782명)의 30%가 넘는다. 2002년 첫 남성 전화상담사가 생겨난 뒤 2006년 62명, 2007년 140명으로 거의 매년 2배 이상 늘고 있다. AIA생명 역시 2년 전 52명이었던 남성 전화상담원이 올 8월엔 81명으로 늘었다. 신한생명은 올 1월 처음으로 120명의 남성 전화상담원을 뽑았다.

남성 텔레마케터가 느는 것은 보험설계사 전문화 바람과 무관치 않다. 전화상담원을 계약체결부터 사후관리까지 맡는 전문 설계사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남성 지원자가 늘고 있는 것. ‘보험아줌마’ 중심의 보험설계사가 남성 전문 설계사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흐름이다.

드림4실의 임대학 씨(29)는 의류회사에서 3년간 원단 도매 영업을 하다 입사한 정통 영업맨이다. 김성근 씨(28)는 외국계 보험사의 대면(對面)설계사로 일하다 3개월 전 전화상담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씨는 “인맥에 의지하는 대면 영업에 비해 전화상담원은 고객의 재무상태를 빨리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상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직장과 군대경험, 강한 승부욕으로 활약

남성 전화상담원의 전화를 받는 고객들이 반응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이스피싱(전화사기)’으로 오해하고 신고하는 일도 부지기수. 하지만 직장과 군대, 결혼경험 등을 무기로 남성 직장인이나 주부를 공략할 수 있다. 강한 승부욕도 우수한 실적의 비결. 지난해 높은 실적으로 신인대상을 받은 손경식 씨(28)는 “1년 반 동안 거의 매일 오후 9, 10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항상 출근했다”며 “결혼하면 그만두는 일부 여성 상담원들과 달리 남성 상담원들은 창업 등 각자의 목표를 위해 승부욕을 가지고 이 업에 뛰어든다”고 말했다.

여성보다 경력은 짧지만 남성 전화상담원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동양생명의 경우 지난해 보험계약실적이 높은 상담원에게 수여하는 연도대상 금상과 장려상, 신인대상을 모두 경력 2년 미만의 남자 사원들이 휩쓸었다.

○ 취업난에 고학력 20대 남성 몰려

최근엔 취업난에 시달리는 20대 남성 대졸자들이 첫 직장으로 전화상담원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화상담원들은 자신이 체결한 보험실적에 비례해 월급을 받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다는 점이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전화상담원의 월급은 자신이 올린 월보험료 실적의 1.8∼2배. 동양생명 드림4실에는 억대 연봉자가 3명이다.

연소득 2억 원인 드림4실 이광호 팀장(30)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의 건설사 인테리어 기사로 가려다 전화상담원을 택했다. 드림4실에는 대기업 인턴사원 출신이 2명, 공무원 시험 준비생 1명, 전직 작곡가 1명 등 20대가 15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이 팀장은 “하루 100통화 이상을 해야 하는 고된 직업이지만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있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맹승숙 드림4실장(39)은 “최근 남성 지원자의 90%는 20대 대졸자”라며 “능력에 따라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고학력 남성 지원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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