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90엔’ 붕괴 초읽기

  • 입력 2009년 9월 1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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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투자자금 ‘달러이탈’ 가속… 엔고 연말까지 계속될듯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급상승해 달러당 90엔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달러화가 시중에 넘치면서 세계 투자자금들의 ‘달러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금융권은 달러당 80엔대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엔고 현상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14일 엔-달러 환율은 90.32엔으로 2월 중순 이후 7개월 만에 90엔대로 떨어졌다. 15일에는 전날보다 소폭 반등해 91.05엔으로 마감했지만 일본 금융권에서는 90엔대 붕괴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엔화 가치는 지난해 9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급등해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12월 중순 87.31엔까지 떨어졌다. 이후 진정을 찾는 듯했으나 4월부터 상승 기조로 돌아섰다.

엔화 가치가 이처럼 급상승하는 까닭은 단기 환차익을 노린 투자자금이 대거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미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달러가 시중에 많이 풀려 있다. 고강도 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은 금융완화 정책을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 과잉 공급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자 세계 투자자금들은 대안으로 금이나 석유, 유로와 엔과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금융시장의 외환 담당자들은 이 같은 ‘달러 이탈, 엔 선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당분간 미국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노무라증권은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외화준비금을 달러 이외의 통화로 분산하고 있어 달러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연말에 85엔 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일본 내 외국계 금융사들은 일시적으로 90엔대가 무너질 수 있지만 엔화가 투자 대안으로 오래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조만간 90엔대 후반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가치 급등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던 일본 경제는 다시 불안해질 조짐이다. 엔화 가치가 오르면 수입가격 인하 효과도 있지만 수출기업의 타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엔화 가치가 10엔 오르면 국내총생산(GDP)은 첫해에 0.26%, 2년째는 0.47%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고는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가전 등 일본과 수출 경쟁을 하는 업종은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부품 및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일본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부문은 원가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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