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세계적 건축가 네덜란드 벤 판 베르컬씨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수원 아이파크시티 파격 디자인
한국 닮은꼴 아파트 틀 깨겠다

“건축가는 빌딩에 옷을 입히는 사람입니다. 편리함뿐 아니라 분위기에도 중점을 둬 사람들이 다시 찾고 싶은 건축물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중나선형 구조로 유명한 독일 벤츠뮤지엄과 뫼비우스 띠를 응용한 주택인 네덜란드의 뫼비우스하우스 등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벤 판 베르컬 씨(52)는 자신의 건축 철학을 이렇게 요약했다. 국내에서 무지갯빛 유리판을 이용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리노베이션을 맡기도 했던 그는 세계의 건축 트렌드를 이끄는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98년 그가 설립한 UN스튜디오는 도형, 자연, 음악은 물론 수학 등에서 영감을 얻어 독창적인 설계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2일 서울 용산아이파크몰의 한 식당에서 베르컬 씨를 만나 한국 건축가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한국에서는 초고층빌딩 건축을 비롯해 각종 대형 프로젝트의 설계를 해외 유명 건축가들이 도맡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70년대의 네덜란드도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과거 네덜란드도 주요 건축 프로젝트는 해외 유명 건축가에게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건축가들 간에 경쟁이 더 치열해졌지요. 네덜란드만의 특징은 무엇이고, 경쟁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저는 많은 나라의 문화와 역사, 정책, 건축재료 등을 공부하는 데서 답을 찾으려 했습니다.” 유럽,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화적 특징을 흡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이었다.

베르컬 씨는 현대산업개발이 경기 수원시에 조성하는 아이파크시티의 설계를 맡았다. 아이파크시티는 100만 m²의 대지에 아파트, 연립주택, 단독주택 등 7000여 채를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 그는 계곡, 숲, 물의 파동 등 자연을 주제로 삼아 곡선미를 강조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주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파크시티의 분양 시기는 9월경이다.

“휴가 때는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즐기는 게 일반적입니다. 저는 이 틀을 깨고 싶습니다. 사각형이 아닌 다양한 창문 모양의 뷰 프레임으로 파노라마 같은 전망을 제공하고 화사한 색채를 사용해 별장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을 주는 집을 만들 겁니다.”

또 그는 집 크기만이 아니라 색깔, 분위기 등이 각각 다른 주택을 설계해 아이파크시티 안에서 집을 옮겨 다닐 수 있도록 하는 ‘하우징커리어’ 개념도 구현할 생각이다. 10여 차례 한국을 방문한 베르컬 씨는 “한국은 빠른 속도로 선진 건축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나라”라며 “도심 건축물의 밀도는 높아지고 있지만 갈수록 도로, 공원 등이 정비가 잘돼 숨 쉴 수 있는 여유가 더 많이 생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서 흥미를 느끼는 대상은 고궁과 사찰 등 전통 건물이다. 베르컬 씨는 “한국의 고궁과 사찰을 책으로만 접했는데 직접 방문해 구조별 수치를 측정함으로써 영감을 얻고 싶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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