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이상한 매각

  • 입력 2009년 5월 9일 02시 56분


AB인베브, 5년후 되사는 콜옵션
“한국시장 잃기 싫어 위탁” 분석

‘지금은 팔지만 나중에 다시 사고 싶다?’ 오비맥주 대주주인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미국 사모(私募)펀드(PEF)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팔면서 계약서에 콜옵션(되살 수 있는 권리) 조항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AB인베브는 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오비맥주를 KKR에 18억 달러(약 2조268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앞으로 5년 뒤 오비맥주를 계약 시점에 약정한 기준금액에 되살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양측은 또 5년 후 KKR가 AB인베브에 오비맥주를 팔 때 매각 금액이 양측이 합의한 기준금액을 초과할 경우 그 초과수익을 일정 비율(KKR 85 대 AB인베브 15)로 나눠 가지는 언-아웃(earn-out) 조항도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에서는 드문 사례이지만 언-아웃 방식의 M&A는 매수자 우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M&A 형태”라며 “매도자가 매도할 기업의 잠재 가치에 자신이 있을 때 언-아웃 방식을 내세운다”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서는 한국 맥주시장을 놓치기 아쉬웠던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파는 대신 KKR에 잠시 위탁경영을 맡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AB인베브가 지난달 말 본 입찰에 응하지 않았던 롯데에 다시 한 번 오비맥주 인수를 타진한 사실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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