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동화나라 귀부인 돼보세요

  • 입력 2009년 5월 8일 02시 57분


우아한 부채 들어볼까… 깃털 달린 머리띠 둘러볼까

■ 쇼핑 신천지 ‘상하이 골목’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12시간이란 ‘자유 시간’을 갖게 됐다면. 그리고 당신이 트렌드를 목숨만큼 중시하는 여성이라면. ‘동방의 파리’라 불리는 상하이에서 어떻게 놀면 보람 있을까. 지난달 20일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싣자마자 ‘상하이에서 여자들이 재미있게 보내는 한나절’이란 기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시간이 채 안 되는 비행 동안 ‘상하이 산책’과 ‘지하철로 즐기는 세계여행 상하이’란 두 권의 여행 책을 밑줄 치며 파고들었다. 그 덕에 상하이 땅을 밟는 순간 취재의 윤곽이 얼추 잡혔다. 그래, 상하이 골목을 구석구석 쇼핑하자!

○ 신톈디(新天地)

숙소에서 출발해 오전 10시 서구식 카페 골목인 신톈디에 도착했다. 중국의 전통적 색채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토털 패션 브랜드숍인 ‘상하이탕’부터 들어갔다. 케이트 모스 등 미국 할리우드 스타들이 단골인 이 가게에선 복을 상징하는 빨간색 장 지갑이 40% 세일해 20만 원 정도라 견물생심(見物生心), 실크 치파오(중국 전통 드레스)는 수십만 원대라 언감생심(焉敢生心). ‘상하이 트리오’는 상하이에 사는 프랑스 여류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가게로 중국식 가방과 침구를 모던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유기농 면으로 만들었다는 여자 아기용 꽃무늬 면 원피스가 한없이 예뻤다. ‘신톈디 기프트 숍’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선물을 고르기에 좋았다. 손에 들면 우아한 귀부인이 될 것 같은 부채(4000원), 중국 호리병이 프린트된 넥타이(3만 원), 예쁜 그림들이 그려진 컵 받침 세트(1만 원)…. ‘족인수공(族人手工)’이란 공방에서는 꽃과 벌이 그려진 흰색 호리병 모양의 자개 귀고리(2만 원)를 샀다. 캐주얼과 정장 모두에 어울려 쇼핑 만족도 100점. 노점에서 파는 동전 지갑과 수공예 가방들도 쇼핑의 재미를 더했다.

○ 타이캉루(泰康路)

오후 2시 타이캉루 도착. 현지 조선족 남자 여행 가이드는 “타이캉루에 뭐 볼게 있다고”라고 했으나 뭘 모르시는 말씀! 만약 상하이에서 딱 한 곳만 들를 시간이 있다면 이곳을 ‘강추’한다. 차가 들어설 수 없는 420m의 좁은 골목 어귀마다 중국과 베트남 상점, 화랑, 카페 등이 옹기종기 들어 앉아 여자들이 단화나 운동화 신고 하염없이 산책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외국인 관광객과 야외 촬영하는 현지 예비 신부들이 많은 이곳에서 ‘지름신’이 내리고 말았다. ‘진펀스자(金粉世家)’에선 70% 세일해 4만 원인 조끼를 샀다. 겉감은 꽃무늬 자수가 놓인 마, 안감은 꽃분홍색 실크. 청바지에는 이 조끼를 제대로 입고, 밤 파티 때는 안감을 밖으로 나오게 뒤집어 검은색 새틴 바지에 매치할 요량이다. 숄과 스카프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우(Woo)’의 중국식 실크 스카프는 가장 싼 게 4만 원, ‘지오토(Giotto)’란 수제 구두 가게에선 질 좋은 가죽 단화가 6만 원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옷을 수입하는 가게에선 깃털 달린 머리띠가 탐났다. 노점에서 파는 꽃무늬 자수의 면 소재 휴대전화 케이스는 회사 후배들을 위한 선물로 낙점! 수많은 예술가의 작업실과 공방을 구경하다 ‘코뮌’이란 이름의 카페에서 지난해 동아일보에 ‘상하이 리포트’를 연재했던 푸단대 학생 황석원 씨를 만났다. 북한 포스터가 벽면을 장식한 이색적인 이 곳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 둥핑루(東平路), 난징시루(南京西路), 와이탄(外灘)

오후 5시 반 차분한 고급 주택가인 헝산루를 가로 지르는 작은 골목길인 둥핑루에 들어서자 유럽풍 분위기가 확 풍겨왔다. 프랑스산 장미 제품을 파는 ‘오 놈 드 라 로즈(Au nom de la rose)’란 가게에서 장미꽃으로 만든 입욕제를 사자 장미 꽃잎을 가득 넣어 선물 포장을 해줬다. 이 건물의 1층엔 유명 프랑스 빵집인 ‘폴(Paul)’도 있다. ‘젠 아트’란 곳에는 웨민쥔, 펑정제 등 작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국 유명 현대 미술가들의 그림을 프린트한 비싸지 않은 가방과 배지를 팔았다. 청재킷에 애교로 달 생각으로 배지를 사 귀국 후 정장 재킷에 달았더니, 보는 사람마다 “이게 뭐예요?”라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해가 저물어 난징시루의 최고급 명품 백화점인 ‘플라자 66’에 갔다. 홍콩의 쇼핑몰들과 내부가 흡사한 이곳엔 편집 매장 ‘I.T’와 ‘ZUMA’뿐 아니라 ‘존 갈리아노’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총집합해 있었다. 밤이 깊어 세상에서 가장 황홀하다는 상하이 야경을 보러 와이탄으로 출발! 야외 테라스에서 멋진 야경을 사진 찍을 수 있는 ‘뉴 하이츠’가 꽉 차 옆 건물 6층에 있는 ‘글래머 바’에 자리를 잡으니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상하이 둥팡밍주(東方明珠)탑이 창 밖에 빛나고 있었다. 퇴근 후 칵테일을 마시는 정장 차림의 외국인들 속에서 황석원 씨와 그간 밀린 얘기를 나눴다. “상하이는 골목길이 참 예쁜 것 같아”라고 말하자,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곳을 다니셨지만, 동화 속 소녀처럼 소소한 것들을 찾아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라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상하이에서 12시간. 여자라면 누구나 이곳에선 동화 속 소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상하이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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