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없던 일’로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당정 “양도세 탄력세율 내년말까지 적용… 대출규제도 그대로”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해제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기획재정부와 한나라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투기지역에만 내년 말까지 탄력세율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는 유보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가격 급등세를 보이던 강남지역의 부동산 시장은 일단 진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투기지역이 해제되지 않으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계속돼 은행 대출을 받아 ‘강남 진입’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당정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유보”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최경환 소위원장(한나라당)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율을 현행 45%에서 기본세율(올해 6∼35%, 내년 6∼33%)로 낮추되 투기지역에는 2010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0∼15%포인트의 탄력세율을 더해 최고 50%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재정부와 절충을 거쳐 나온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강남 3구에서는 LTV, DTI 규제가 유지되며 강남권 아파트를 포함해 3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강남권 아파트를 팔 때는 최고 50%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강남 3구 외에 집값이 급등해 추가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는 곳에서도 같은 부담을 지게 된다.

이날 합의를 이루지 못한 여야는 각자 의견수렴을 거쳐 27일 결론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강남 3구 투기지역 유지에 대해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 윤영선 재정부 세제실장은 “(절충안은) 현재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만 제외하고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합의돼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분간 강남 3구를 투기지역에서 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투기지역 해제 왜 유보했나

당정이 강남 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유보한 것은 이 부분을 고집하다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방안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집을 3채 이상 가진 사람이 이 중 한 채를 팔 때 적용하던 45%의 양도세율을 기본세율로 낮추는 내용의 양도세 중과 폐지는 법안 통과를 전제로 3월 16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 대해 여당 내에서조차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법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법안 처리가 불발로 끝나면 소급적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부동산을 거래한 사람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등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최근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투기지역 해제에 부담을 느낀 재정부와 ‘부자 감세(減稅)’라는 비판을 피하고 싶은 여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 부동산업계, 거래 얼어붙을까 촉각

당정의 해제 유보방침이 전해지자 부동산업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던 부동산 거래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으로 상당 기간 투기지역으로 남게 된 강남 3구에서는 ‘강남만 역(逆)차별을 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정의 절충안이 확정되면 투기지역 해제 방침을 믿고 최근 강남권 아파트에 투자한 다주택자들은 나중에 집을 팔 때 예상보다 많은 양도세를 물게 된다.

강남 3구 인근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 하락으로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피드뱅크의 박원갑 부사장은 “강동구나 용산구 등 강남을 제외한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앞으로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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